수수료 큰 채널(쿠팡 등)에 마케팅비 써도 되나
그 채널에 광고비 써도 되는지 답이 나옵니다
정산서를 열고 계산기를 다시 두드립니다. 이번 달에 그 채널에서 1,000만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통장에 들어온 돈은 820만 원입니다. 180만 원이 수수료로 빠졌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합니다. 채널이 크니 사람이 몰리고, 몰리니 수수료를 뗀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채널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옵니다. "지금 광고 안 돌리시면 순위 밀립니다. 광고 붙이시죠."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없는데, 그 위에 광고비까지 얹으라니 손이 멈칫합니다. 안 하자니 순위가 떨어질까 겁나고, 하자니 밑 빠진 독에 붓는 것 같습니다. 그 망설임 때문에 이 카드를 펴셨을 겁니다.
이 글은 10분이면 다 읽습니다. 다 읽고 나면 손에 남는 건 딱 하나입니다. 그 채널에 광고비를 써도 되는지, 쓰면 안 되는지, 숫자로 판정하는 절차가 정해집니다. 오늘 정산서 한 장만 있으면 바로 계산합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큰 채널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큰 채널은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 파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거기에 광고비를 얹는 순간, 계산의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달라진 기준을 모르고 자사몰 기준으로 판단하면, 잘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돈을 잃습니다.
정산서를 열어 본 어느 날
저는 스튜디오를 열고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봤습니다. 감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숫자를 먼저 봅니다.
지난달, 한 생활용품 브랜드의 채널 광고 리포트를 열었습니다. 대표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광고 ROAS가 230% 나옵니다. 본전은 넘겼죠." ROAS는 광고비 대비 매출입니다. 광고비 1원당 매출이 몇 원인지 보는 숫자입니다. 230%면 광고비 1만 원에 매출 2만 3천 원입니다.
저는 정산서를 같이 열었습니다. 그 채널의 수수료와 물류비를 다 빼고 나니, 남는 돈의 비율이 40%였습니다. 그렇다면 본전이 되는 ROAS는 250%였습니다. 대표가 자랑한 230%는 본전을 넘긴 게 아니라, 본전에 못 미치는 숫자였습니다. 광고를 돌릴수록 돈이 새고 있었습니다.
대표는 그걸 몰랐습니다. 자사몰 기준으로 배운 "본전 ROAS"를 채널에도 그대로 갖다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채널이 다르면 본전선도 다릅니다. 이걸 모르면 자랑하는 숫자가 사실은 적자입니다.
이런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계정을 열면 광고 리포트는 늘 초록색입니다. ROAS가 목표치를 넘었다고 예쁘게 표시됩니다. 그런데 옆에 통장을 놓고 보면 돈이 안 늘어 있습니다. 리포트와 통장이 따로 노는 겁니다. 그 틈이 바로 수수료입니다. 리포트는 수수료를 모르고, 통장은 수수료를 압니다. 저는 늘 통장 편에 섭니다.
같은 ROAS가 채널마다 다른 이유
여기서 오해 하나를 정면으로 풀어야 합니다. 많은 분이 "ROAS 300% 넘으면 남는 장사"라는 한 줄을 모든 채널에 똑같이 씁니다. 그 한 줄이 위험합니다.
ROAS의 본전선은 공헌이익률이 정합니다. 공헌이익은 팔아서 실제로 손에 쥐는 돈입니다. 판매가에서 원가와 부대비용을 다 뺀 금액입니다. 이 공헌이익률이 높으면 낮은 ROAS로도 본전이고, 낮으면 높은 ROAS라야 본전입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본전 ROAS는 1을 공헌이익률로 나눈 값입니다. 공헌이익률이 50%면 본전 ROAS는 200%입니다. 40%면 250%입니다. 30%면 333%입니다. 마진이 얇아질수록 본전선이 위로 올라갑니다.
자사몰과 채널은 공헌이익률이 다릅니다. 채널은 수수료를 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사몰에서 통하던 본전 ROAS 200%가, 채널에서는 250%로 올라갑니다. 같은 250% ROAS라도 자사몰에선 흑자, 채널에선 겨우 본전인 겁니다. 숫자만 보면 안 되고, 어느 채널의 숫자인지를 봐야 합니다.
한 가지 함정을 더 짚겠습니다. 채널 리포트에 찍히는 ROAS는 대개 "수수료를 떼기 전" 매출로 계산됩니다. 화면에 보이는 숫자가 이미 부풀려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리포트 ROAS만 보면 실제보다 상황이 좋아 보입니다. 판정은 리포트 숫자가 아니라, 내가 정산서로 다시 구한 본전선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사장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돌 겁니다. "그럼 내 채널 본전선은 몇인데." 그 답을 이제 직접 구하겠습니다. 종이 한 장과 정산서면 됩니다.
3단계로 판정합니다
판단을 감이 아니라 숫자로 내리는 절차입니다. 세 걸음이면 끝납니다.
본전 ROAS = 1 나누기 공헌이익률
실제 광고 ROAS가 본전 ROAS보다 위면 GO, 아래면 STOP. 이 한 줄이 판정의 전부입니다.
1단계. 채널 공헌이익을 다시 계산합니다. 자사몰 기준 마진을 지우고, 이 채널 기준으로 새로 계산합니다. 판매가에서 원가, 채널 수수료, 물류·배송비를 다 뺍니다. 예시로 보겠습니다.
| 항목 | 자사몰 | 채널(쿠팡 등) |
|---|---|---|
| 판매가 | 30,000원 | 30,000원 |
| 원가 | 12,000원 | 12,000원 |
| 채널 수수료 | 0원 | 3,600원 |
| 물류·배송 | 3,000원 | 2,400원 |
| 공헌이익 | 15,000원 | 12,000원 |
| 공헌이익률 | 50% | 40% |
수수료율은 채널과 카테고리마다 다릅니다. 위 3,600원(12%)은 예시일 뿐입니다. 반드시 내 정산서에 찍힌 실제 숫자로 바꿔 넣으세요. 감으로 넣으면 뒤 계산이 다 틀어집니다. 특히 놓치기 쉬운 게 물류·배송비입니다. 판매 수수료만 빼고 배송비를 빠뜨리면, 공헌이익이 실제보다 커 보입니다. 상자값, 포장값, 반품에 드는 돈까지 한 줄로 넣어야 숫자가 정직해집니다.
2단계. 그 공헌이익으로 본전 ROAS를 구합니다. 본전 ROAS는 1을 공헌이익률로 나눈 값입니다. 위 채널 공헌이익률은 40%이니, 본전 ROAS는 1 나누기 0.4, 곧 250%입니다. 이게 이 채널에서 광고를 돌릴 때 넘어야 하는 최소선입니다. 여기 못 미치면 광고를 돌릴수록 손해입니다.
3단계. 실제 광고 ROAS와 견줍니다. 채널 광고 리포트에 찍힌 실제 ROAS를 본전선 250%와 나란히 놓습니다. 판정은 둘 중 하나입니다.
써도 되는 경우. 첫째, 채널 안 검색 수요가 크고, 광고 ROAS가 본전선 위일 때입니다. 그 채널에서 고객이 직접 검색해 사는 상품이라면, 광고는 그 검색의 맨 앞자리를 사는 것입니다. ROAS가 250%를 넘으면 넘긴 만큼이 순이익입니다. 돌립니다. 검색 수요가 큰지는 채널 검색창에 내 상품 키워드를 쳐 보면 압니다. 자동완성에 뜨고 경쟁 상품이 빽빽하면 수요가 있는 겁니다. 반대로 아무도 안 찾는 키워드에 광고를 걸면, 노출은 사도 클릭이 없어 돈만 나갑니다.
둘째, 신상품 초기입니다. 리뷰가 0개, 판매지수가 바닥이면 검색해도 아무도 안 삽니다. 이때는 초기 3주에서 4주만, 리뷰 30개와 판매지수 확보를 목표로 광고를 태웁니다. 단 이건 매출이 아니라 투자로 회계 처리합니다. "초기 진입 비용"이라는 칸을 따로 만들어 적습니다. 목표치를 채우면 곧장 ROAS 기준으로 복귀합니다.
안 되는 경우. ROAS가 본전선 아래인데, "순위 떨어질까 봐" 관성으로 계속 태우는 경우입니다. 순위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면 끝이 없습니다. 밑 빠진 독입니다. 순위는 광고로 떠받치는 게 아니라, 팔려서 올라가는 게 정상입니다. 광고로만 버티는 순위는 광고를 끄는 날 무너집니다. 그 돈으로 차라리 리뷰를 쌓거나 자사몰을 키우는 게 낫습니다.
숫자로 두 채널을 나란히 놓아 보면 판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채널 | 본전 ROAS | 실제 ROAS | 판정 |
|---|---|---|---|
| 채널A | 250% | 320% | GO |
| 채널B | 250% | 210% | STOP |
채널A는 본전선을 70%포인트 넘겼습니다. 넘긴 만큼이 순이익이니, 예산을 더 태워도 됩니다. 채널B는 본전선에 40%포인트 못 미칩니다. 겉으론 210%라 본전 같아 보이지만, 이 채널의 본전은 250%입니다. 태울수록 손해입니다. 예산은 채널B에서 빼서 채널A로 옮깁니다. 판정이 이렇게 단순해집니다.
고수수료 채널은 창구입니다
여기서 관점을 하나 바꾸면 답이 편해집니다. 고수수료 채널을 "돈 버는 곳"이 아니라 "고객 만나는 곳"으로 봅니다.
큰 채널의 진짜 자산은 마진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우리가 광고비를 태워 겨우 한 명 데려올 고객을, 그 채널은 이미 수백만 명 모아 두고 있습니다. 그 앞에 우리 상품을 놓는 값이 수수료입니다. 수수료를 비용으로만 보면 아깝지만, 고객을 만나는 입장료로 보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만난 고객을 우리 쪽으로 데려오면 됩니다.
첫 구매는 채널에서 손해를 조금 봐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고객이 두 번째도 채널에서 사느냐입니다. 두 번째부터 자사몰에서 사게 만들면, 그때부턴 수수료가 없습니다. 자사몰 공헌이익 50%가 온전히 남습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채널 첫 구매에서 3,000원을 손해 봤다고 합시다. 그 고객이 자사몰에서 두 번째로 사면 15,000원이 남습니다. 딱 두 번만 사도 12,000원 흑자입니다. 첫 판매의 적자는 고객을 데려온 값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고수수료 채널을 판단할 때는 한 건의 손익만 보면 안 됩니다. 한 고객이 평생 우리에게 쓰는 총액을 봐야 합니다. 이걸 고객 생애가치라고 부릅니다. 첫 구매 한 건은 적자여도, 그 고객이 자사몰에서 세 번, 네 번 사면 전체는 크게 흑자입니다. 반대로 첫 구매만 하고 사라지는 고객뿐이라면, 그 채널 광고는 아무리 ROAS가 좋아도 남는 게 얇습니다. 재구매율이 이 판단의 숨은 변수입니다.
옮기는 방법은 택배 상자 안에 있습니다. 감사 카드 한 장, 자사몰 첫 구매 쿠폰, 멤버십 안내. 상자를 여는 순간이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킬 유일한 접점입니다. 단, 채널 규정을 어기지 마세요. 채널 밖 구매를 대놓고 유도하면 제재를 받습니다. 브랜드 이름과 사용법, 다음에 또 찾고 싶은 인상을 남기는 선에서 합니다.
이 관점을 매달 관리하려면 표 한 장이 필요합니다. 채널별로 아래 칸을 채워 벽에 붙여 두세요.
| 항목 | 자사몰 | 채널A | 채널B |
|---|---|---|---|
| 판매가 | |||
| 원가 | |||
| 채널 수수료 | |||
| 물류·배송 | |||
| 공헌이익 | |||
| 공헌이익률 | |||
| 본전 ROAS | |||
| 실제 광고 ROAS | |||
| 판정(GO/STOP) |
이 표를 한 달에 한 번만 채우면, "이 채널에 광고를 더 태울까"라는 질문에 감이 아니라 숫자로 답하게 됩니다. 판정 칸에 STOP이 찍힌 채널은 광고를 끄고, GO가 찍힌 채널에 그 예산을 몰아줍니다.
표를 채우다 보면 또 하나가 보입니다. 어떤 채널은 공헌이익률 자체가 너무 낮아, 광고를 안 해도 남는 게 얇습니다. 이런 채널은 광고를 조절하기 전에 판매가나 원가 구조부터 손봐야 합니다. 같은 상품을 채널마다 똑같은 가격에 팔 이유도 없습니다. 수수료가 큰 채널은 판매가를 조금 올려 공헌이익률을 맞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표는 광고 판단만이 아니라, 채널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한 차량용 방향제 브랜드의 쿠팡
한 차량용 방향제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큰 채널에서 잘 팔리고 있었습니다. 월 채널 매출이 6천만 원이었습니다. 겉보기엔 효자 채널이었습니다.
대표는 채널 광고에 매달 400만 원을 쓰고 있었습니다. 광고 ROAS는 240%였습니다. 자사몰 기준으로 배운 본전선 200%를 넘겼으니 잘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정산서를 열어 채널 공헌이익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수수료와 물류를 빼고 나니 공헌이익률이 38%였습니다. 본전 ROAS는 263%였습니다. 실제 240%는 그 아래였습니다. 광고비 400만 원이 매달 조용히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순위는 유지됐지만, 그 순위를 돈으로 사고 있었던 겁니다.
처방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 본전선 아래로 떨어진 키워드 광고를 껐습니다. 검색 수요가 확실하고 ROAS가 300%를 넘는 상위 키워드에만 예산을 남겼습니다. 둘, 남긴 예산의 절반을 자사몰 이전 장치에 돌렸습니다. 택배 상자마다 리필 정기구독 안내 카드와 첫 구매 쿠폰을 넣었습니다.
석 달 뒤 숫자가 바뀌었습니다. 채널 광고비는 40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줄었는데, 채널 매출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본전선 아래에서 새던 돈이 멈춘 겁니다. 그리고 자사몰 매출이 월 900만 원 새로 붙었습니다. 채널에서 만난 고객이 자사몰로 넘어온 결과였습니다. 남는 돈 전체로 보면 전보다 확실히 두꺼워졌습니다.
대표가 가장 놀란 건 순위였습니다. 광고비를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상위 순위가 거의 안 밀렸습니다. 알고 보니 그 순위는 광고가 아니라 그동안 쌓인 리뷰와 판매지수가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순위 밀린다"는 채널 담당자의 말은 절반만 맞았던 겁니다. 겁을 먹고 태우던 광고비의 상당 부분은, 사실 안 태워도 되는 돈이었습니다.
오늘 할 일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 채널은 자사몰과 공헌이익률이 다릅니다. 그래서 본전 ROAS도 다릅니다. 자사몰 기준을 채널에 그대로 쓰면 적자를 흑자로 착각합니다.
- 판정은 3단계입니다. 채널 공헌이익 다시 계산, 본전 ROAS(1 나누기 공헌이익률) 산출, 실제 ROAS와 비교. 위면 GO, 아래면 STOP.
- 고수수료 채널은 창구로 봅니다. 첫 구매는 채널, 두 번째부터 자사몰로 옮겨 수수료 없는 마진을 남깁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정산서를 열어 그 채널의 공헌이익률을 구하고, 1을 그 값으로 나눠 본전 ROAS를 적으세요. 그리고 광고 리포트의 실제 ROAS와 나란히 놓으세요. 그 두 숫자를 비교하는 순간, 광고비를 써도 되는지 답이 나옵니다. 감으로 망설이던 문제가, 종이 위 두 숫자로 정리됩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