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마케팅 진단 10문항 (셀프)
어디가 문제인지 10문항으로 가려집니다
밤 11시입니다. 사무실 불은 다 꺼졌는데 대표님 노트북 하나만 켜져 있습니다.
화면에는 창이 세 개 떠 있습니다. 광고 관리자, 스마트스토어 매출, 그리고 손으로 만든 엑셀 파일. 숫자는 넘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회사 마케팅에서 뭐가 문제냐"는 한 줄 질문에는 답이 안 나옵니다.
이번 달 매출이 지난달보다 낮았습니다. 왜 낮았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광고비는 똑같이 나갔는데 말입니다. 어떤 달은 좋고 어떤 달은 나쁜데, 그 이유를 대표님이 직접 대지 못합니다.
광고 대행사에 물어보면 "이번 달은 시장이 안 좋았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둘 다 대표님이 원하는 답은 아닙니다.
대표님이 원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우리 회사 마케팅에서 지금 새는 구멍이 정확히 어디인지, 그 구멍부터 막으면 되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서점에 가면 마케팅 책은 산더미인데, "당신 회사의 지금 문제는 여기입니다"라고 짚어 주는 책은 없습니다. 다들 자기가 잘 아는 한 가지 해법을 정답이라고 팝니다. 광고 잘하는 사람은 광고가 답이라 하고, 브랜딩 하는 사람은 브랜딩이 답이라 합니다. 대표님한테 필요한 건 남의 해법이 아니라 내 문제의 위치입니다. 위치를 알면 해법은 찾아집니다. 위치를 모르면 좋은 해법도 엉뚱한 데 붙습니다.
이 글이 대표님께 드리는 것
이 글 하나면 어디가 문제인지 10문항으로 가려집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바로 풉니다. 예/아니오로만 답하는 문항 열 개를 드립니다. 아니오가 나온 자리가 곧 지금 손대야 할 자리입니다. 그리고 각 문항이 아니오일 때 어느 처방전으로 넘어가면 되는지를 카드 번호로 붙여 드립니다.
이 시리즈 47장 전체가 이 한 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지도입니다. 여기서 대표님의 구멍을 찾고, 지목된 카드로 넘어가면, 그 카드가 그 구멍 하나를 막는 법을 자세히 알려 줍니다. 그러니 이 글은 순서대로 다 읽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오가 나온 문항의 카드만 따라가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장님은 마케팅 책을 사서 앞에서부터 읽다가 3분의 1쯤에서 덮습니다. 내 문제와 상관없는 부분까지 다 읽어야 하니 지칩니다. 이 시리즈는 반대로 씁니다. 먼저 대표님의 문제를 여기서 특정하고, 그 문제의 카드로 곧장 점프합니다. 읽어야 할 카드가 처음부터 서너 장으로 줄어듭니다. 시간을 아끼는 게 이 진단의 첫 번째 효용입니다.
저는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엔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200곳이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서 진단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대표님들이 "마케팅이 안 된다"고 말할 때, 정작 안 되는 지점은 대표님이 짐작한 곳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겁니다.
지난달에도 그랬습니다. 월 광고비 이천만 원을 쓰는 한 브랜드 대표님이 저를 찾아와서 "광고 소재가 약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소재를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저는 소재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계정을 먼저 열었습니다. 문제는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광고를 눌러 들어온 사람의 열에 아홉이 상세페이지 첫 화면에서 그냥 나가고 있었습니다. 유입은 멀쩡했습니다. 새는 곳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소재를 백 번 갈아도 그 구멍은 안 막힙니다. 구멍의 위치를 잘못 짚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단을 먼저 합니다. 손대는 건 그다음입니다.
200곳을 열어 보며 알게 된 또 하나가 있습니다. 잘되는 회사와 안되는 회사의 차이는 예산이 아니었습니다. 예산이 작아도 자기 구멍이 어디인지 아는 회사는 그 돈으로 정확히 그 자리를 막았습니다. 예산이 커도 구멍을 모르는 회사는 그 돈을 파이프 전체에 흩뿌렸습니다. 진단은 돈이 아니라 조준입니다. 이 열 문항은 대표님 손에 조준경을 쥐여 드리는 일입니다.
왜 문제 지점을 스스로 못 찾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표님이 마케팅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이 잘된다", "마케팅이 안 된다." 이 말은 사실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칸으로 나뉜 파이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데려오는 칸, 데려온 사람을 사게 만드는 칸, 산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드는 칸, 그리고 이 모든 걸 매일 눈으로 보는 칸. 이 칸들 중 어느 하나가 막히면 전체가 안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대표님 눈에는 파이프 전체가 하나의 검은 상자로 보인다는 겁니다. 돈을 넣으면 매출이 나오는 상자. 매출이 줄면 상자를 통째로 흔들게 됩니다. "소재를 바꿔라, 채널을 바꿔라, 대행사를 바꿔라." 정작 막힌 칸 하나는 그대로 둔 채로 말입니다.
진단이란 이 검은 상자를 열어서 칸을 나누는 일입니다. 열 개의 문항은 파이프를 열 칸으로 쪼갠 것입니다. 각 문항은 "이 칸이 지금 열려 있습니까"를 묻습니다. 아니오가 나온 칸이 막힌 칸입니다. 그 칸만 뚫으면 됩니다.
여기서 대표님이 속으로 던지실 질문을 제가 대신 꺼내 드리겠습니다. "그럼 열 칸을 다 손봐야 하느냐." 아닙니다. 파이프는 가장 좁은 칸 하나가 전체 흐름을 정합니다. 나머지 아홉 칸이 아무리 넓어도, 막힌 한 칸이 흐름을 잡습니다. 그래서 열 개를 동시에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앞에서 막힌 칸 하나를 뚫으면, 그 뒤로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그다음 좁은 칸이 새로 보입니다. 한 번에 하나. 이게 진단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속도 차이입니다.
처방: 우리 회사 마케팅 진단 10문항
지금부터 열 개의 질문을 드립니다. 종이나 메모장을 여시고, 예 또는 아니오로만 적으십시오.
판정 원칙. 어정쩡하면 무조건 아니오로 치십시오. "대충 그런 것 같다", "아마 될 거다"는 전부 아니오입니다. 예는 대표님이 지금 당장 숫자나 문장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만 예입니다. 이 원칙을 안 지키면 진단이 무의미해집니다. 자기 회사를 후하게 봐주는 순간, 구멍은 계속 숨습니다.
| # | 진단 질문과 판정 기준 | 아니오면 |
|---|---|---|
| 1 | 매출, 방문자 수, 전환율, 광고비, 재구매율. 이 다섯 숫자를 한 화면에서 매일 봅니까. 다섯 개가 흩어진 화면에 있거나, 매일이 아니라 가끔 본다면 아니오입니다. |
F-01 (지표 다 못 챙길 때 D2C가 볼 5개만) |
| 2 | 지금 매출이 아쉬운 이유가 사람을 덜 데려와서인지, 데려온 사람이 안 사서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까. 유입이 병목인지 전환이 병목인지 대표님이 숫자로 짚지 못하면 아니오입니다. |
C-01 (유입과 전환 중 어디가 문제인지 가리는 법) |
| 3 | 예산을 몰아주는 대표 상품이 하나 있습니까. 광고 예산이 여러 상품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면 아니오입니다. 대표 선수 한 명이 있어야 합니다. |
G-01 (예산을 몰아줄 대표 상품 정하는 법) |
| 4 | 우리 상품을 지금 사야 할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좋은 제품입니다"는 답이 아닙니다. 왜 다음 달이 아니라 오늘 사야 하는지가 한 문장에 담겨야 예입니다. |
C-04 (지금 사야 할 이유 한 문장 만드는 법) |
| 5 | 우리 전환율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 압니까. 전환율 숫자는 아는데 그게 높은 건지 낮은 건지 모른다면 아니오입니다. 기준선이 없으면 숫자는 그냥 숫자입니다. |
C-02 (우리 전환율이 정상인지 판단하는 법) |
| 6 | 우리 상품의 재구매 주기를 숫자로 압니까. "한 번 산 사람은 또 사더라"는 느낌은 답이 아닙니다. 평균 며칠 만에 다시 사는지 숫자가 나와야 예입니다. |
D-02 (재구매 주기 계산하고 그때 맞춰 부르는 법) |
| 7 | 우리 고객 명단에 합법적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습니까. 명단은 있는데 광고 수신 동의를 안 받았다면 아니오입니다. 동의 없는 발송은 법 위반입니다. |
D-06 (합법적으로 문자 보낼 명단 만드는 법) |
| 8 | 한 개 팔면 얼마가 남는지, 광고비를 얼마까지 써도 되는지 그 한계선을 압니까. 판매가에서 원가만 뺀 걸 남는 돈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아니오입니다. 남는 돈의 한계선을 모르면 광고는 밑 빠진 독입니다. |
F-02 (한 개 팔면 얼마 남는지 계산하는 법), K-01 (광고비 한계선 정하는 법) |
| 9 | 한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70퍼센트 미만입니까. 매출이나 유입의 70퍼센트 이상이 한 채널에서 나온다면 아니오입니다. 그 채널이 흔들리면 회사가 흔들립니다. |
L-01 (한 채널에 목매지 않는 구조 만드는 법) |
| 10 | 우리 업종의 대목 달력이 있습니까. 언제가 성수기이고 언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적힌 연간 달력이 없다면 아니오입니다. 대목은 늘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매년 같은 자리에 옵니다. |
H-01 (우리 업종 연간 대목 달력 만드는 법) |
예가 몇 개인지로 보는 종합 판정
이제 예의 개수를 세십시오.
예 8개 이상. 대표님은 상위권입니다. 파이프의 칸들이 대부분 열려 있습니다. 이 경우엔 막힌 칸 한두 개만 골라서 그 카드로 바로 넘어가십시오. 없는 칸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걸 더 날카롭게 다듬는 단계입니다.
예 5개에서 7개. 보통입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여기에 있습니다. 굴러는 가는데 새는 곳이 서너 군데 있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욕심내지 마십시오. 아니오가 나온 칸 중에서 앞 번호부터 순서대로 잡으십시오. 문항 번호가 작을수록 파이프의 앞쪽, 즉 더 근본에 가까운 칸입니다.
예 4개 이하. 기초 공사부터입니다. 이 상태에서 소재를 바꾸거나 채널을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붓는 겁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문항 1(F-01, 매일 보는 한 화면)을 만드십시오. 눈이 생겨야 나머지가 보입니다. 그다음 문항 8(F-02, 한 개 팔면 얼마 남는지)을 잡으십시오. 이 둘이 없으면 다른 처방은 효과를 잴 수조차 없습니다. 이 두 칸을 뚫은 다음에 문항 2로 넘어가십시오.
정리하면 시작 순서는 이렇습니다. 낮은 점수일수록 앞 번호부터. 문항 1과 문항 8은 다른 모든 것의 바닥이니 최우선. 높은 점수라면 대표님 눈에 가장 아픈 아니오 하나만.
진단 다음에 흔히 저지르는 세 가지 실수
진단을 마친 대표님들이 그다음에 자주 미끄러지는 자리가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첫째, 아니오를 한꺼번에 다 잡으려 합니다. 서너 개가 나왔다고 서너 개를 동시에 손대면, 두 달 뒤에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구분이 안 됩니다. 하나를 잡고, 숫자가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그다음을 잡으십시오. 진단의 목적은 할 일을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겁니다.
둘째, 쉬운 아니오부터 잡습니다. 대목 달력(문항 10)을 만드는 건 하루면 되니 손이 먼저 갑니다. 하지만 매출과 광고비를 한 화면에서 보지도 않는(문항 1) 상태라면, 달력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파이프의 앞 칸부터입니다. 편한 것부터가 아닙니다.
셋째, 한 달 만에 다시 재느라 조급해합니다. 재구매 주기나 채널 분산 같은 칸은 두세 달은 지나야 숫자가 답합니다. 이 진단은 분기에 한 번, 계절이 바뀔 때 다시 푸는 걸 권합니다. 예의 개수가 한 개씩 늘어나는 걸 보는 게 이 시리즈를 제대로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례: 남성 쉐이빙 쇼핑몰의 진단
면도날과 셰이빙 용품을 파는 한 쇼핑몰 대표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대표님은 저를 만나기 전, 매출이 두 달째 제자리인 게 답답해서 광고비를 30퍼센트 올린 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은 그대로였습니다. 광고비만 더 나갔습니다.
저는 이 열 문항을 그대로 같이 풀었습니다. 예가 세 개 나왔습니다. 특히 문항 6, 재구매 주기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면도날은 다 쓰면 또 사는 소모품이라 재구매가 생명인데도 말입니다. 문항 1도 아니오였습니다. 매출과 광고비를 같은 화면에서 보질 않으니, 광고비를 올려도 그게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광고비를 다시 원래대로 내렸습니다. 대신 문항 1과 문항 6부터 잡았습니다. 매출, 광고비, 재구매율을 한 시트에 매일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재구매 주기를 계산했습니다. 평균 30일이었습니다. 고객들이 대개 30일쯤 지나면 다시 사는데, 아무도 그때 말을 걸지 않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카드 D-02가 이어받았습니다. 24일째 되는 날 문자를 한 통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광고비는 오히려 줄었는데, 두 달 뒤 재구매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광고가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산 사람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진단이 그 자리를 짚어 줬습니다.
이 대표님이 나중에 하신 말씀이 오래 남았습니다. "광고비를 올릴 게 아니라 문항을 풀었어야 했네요." 30퍼센트 올린 광고비로 두 달을 태우기 전에, 종이 한 장에 예/아니오를 적는 10분이 먼저였다는 뜻입니다. 진단은 돈을 쓰기 전에 하는 겁니다. 돈을 쓰고 나서 하는 게 아닙니다.
마무리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첫째, 마케팅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열 칸짜리 파이프입니다. 둘째, 어정쩡하면 아니오로 치고 열 문항을 풀면 막힌 칸이 드러납니다. 셋째, 아니오가 나온 자리의 카드부터, 점수가 낮을수록 앞 번호부터 잡으십시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지금 종이를 꺼내서 열 문항에 예/아니오를 적으십시오. 그리고 아니오가 가장 먼저 나온 문항의 카드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십시오. 오늘은 거기까지면 충분합니다. 그 카드 한 장을 읽는 건 내일 해도 됩니다. 오늘은 내 구멍의 위치를 아는 것, 그 한 가지만 손에 쥐면 됩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