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지금 어느 단계인가 (성장단계 자가진단)
우리 회사 지금 단계가 1개로 확정됩니다
월매출 500만 원. 이 숫자 하나로 사장님이 들어야 할 조언의 절반이 갈립니다.
같은 500만 원짜리 회사에게 어떤 사람은 "브랜딩부터 하세요"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채널을 늘리세요"라고 합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지금 그 회사가 할 일은 단 하나, 다음 100명이 왜 사는지 알아내는 것뿐입니다.
지난주에도 월매출 500만 원짜리 스마트스토어 사장님이 대기업 스케일업 강의를 듣고 오셨습니다. 강의는 훌륭했습니다. 문제는 그 강의가 월매출 5억짜리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장님은 강의대로 브랜딩 대행 계약을 맺었습니다. 월 300만 원짜리였습니다. 3개월 뒤, 브랜드 로고는 예뻐졌고 통장은 비었습니다.
이런 장면, 남 일 같지 않으시죠. 유튜브에서 본 성공 사례를 따라 했는데 우리는 왜 안 되지 싶으셨을 겁니다. 좋다는 건 다 해봤는데 손에 남는 게 없으셨을 겁니다. 지금 뭘 먼저 해야 할지 순서를 몰라 이것저것 동시에 손대고 계실 겁니다.
문제는 사장님의 실행력이 아닙니다. 우리 단계에 안 맞는 조언을 우리 것인 줄 알고 삼킨 겁니다. 단계가 다른 조언은 영양제가 아니라 독입니다.
이 글이 손에 쥐여드리는 것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우리 회사의 지금 단계가 딱 하나로 확정됩니다. 네 단계 중 어디인지 질문 몇 개로 판정합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집중할 것 두 가지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두 가지를 손에 쥐게 됩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결정 하나를 바꿉니다.
단계가 하나로 정해지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해야 할 일 목록이 갑자기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조언 중 지금 들을 것과 나중에 들을 것이 자동으로 갈립니다. 세상의 모든 마케팅 방법을 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단계의 두 가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단계를 착각하면 돈이 탑니다
저는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매출 시트를 열어 봤습니다. 망하는 회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기 단계보다 두 칸 앞선 회사의 전략을 베낀다는 점입니다.
한 화장품 브랜드가 그랬습니다. 아직 재구매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큰 회사처럼 광고비를 월 1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한 번에 올렸습니다. 광고를 밟으면 매출이 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단, 공헌이익 구조가 잡힌 회사에서만 맞습니다. 여기서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원가, 배송비, 결제수수료, 광고비 같은 변동비를 빼고 남는 돈을 말합니다. 이 브랜드는 한 개 팔 때마다 손해였습니다. 광고를 밟자 매출은 늘고 적자는 더 빨리 늘었습니다. 두 달 만에 자본금이 바닥났습니다.
반대 경우도 봤습니다. 어떤 대표님은 팔 때마다 남고 재구매도 도는데, 겁이 나서 광고비를 월 50만 원에 묶어 두고 있었습니다. 이미 성장기인데 생존기처럼 몸을 사린 겁니다. 계정을 열어 공헌이익을 함께 계산해 보여 드렸습니다.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광고비보다, 그 한 명이 남기는 돈이 더 컸습니다. 밟아도 되는 회사였습니다. 예산을 3배로 올리자 매출이 그만큼 따라왔습니다. 이 대표님은 단계를 낮게 착각해서 성장을 스스로 늦추고 있었습니다.
같은 800만 원 광고비가, 어떤 회사에는 성장의 연료이고 어떤 회사에는 관에 박는 못입니다. 차이는 오직 단계입니다. 앞선 단계를 흉내 내다 태우는 회사가 있고, 뒤처진 단계에 머물러 스스로 멈추는 회사가 있습니다. 둘 다 지금 자기가 어느 칸에 있는지 몰라서 생기는 일입니다.
매출 크기로 단계를 나누지 마십시오
가장 흔한 오해부터 깨겠습니다. 사람들은 매출 액수로 단계를 나눕니다. "월 천만 원이면 초보, 월 억이면 중급" 이런 식입니다. 이건 틀렸습니다.
단계는 매출 크기가 아니라 구조로 나눕니다. 월매출이 커도 한 개 팔 때마다 손해면 아직 생존기입니다. 월매출이 작아도 팔 때마다 남고 재구매가 돌면 이미 성장기 문턱입니다. 그래서 통장 잔고가 아니라, 아래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진짜 단계가 나옵니다. 월 주문 수, 재구매율, 공헌이익 흑자 여부, 그리고 파는 채널 수입니다.
왜 매출 크기가 아니라 구조일까요. 매출은 광고비를 태우면 잠깐 올라갑니다. 하지만 구조가 안 잡힌 매출은 광고를 끄는 순간 사라집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독이 성한지 아닌지가 단계이고, 부은 물의 양이 매출입니다. 독이 깨진 채로 물만 많이 부으면, 물값만 나가고 독은 여전히 빕니다. 그래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지금 부은 물의 양이 아니라, 이 독이 물을 담을 수 있는 상태인지입니다.
네 단계의 정의
우리 회사가 어디쯤인지 먼저 큰 그림으로 봅니다.
1단계 생존기. 첫 100건 판매 전입니다. 이 시기에 할 일은 오직 하나, 팔린다는 증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상품이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만한 물건인지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완벽한 브랜딩도, 여러 채널도 사치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제값 주고 사게 만드는 게 전부입니다.
생존기 사장님의 흔한 착각은 "안 팔리는 건 몰라서다"입니다. 그래서 광고부터 늘립니다. 하지만 안 팔리는 진짜 이유는 대개 상품이나 상세페이지가 아직 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 시기엔 돈을 붓기 전에, 산 사람 열 명에게 왜 샀는지 직접 물어야 합니다. 그 열 명의 이유가 다음 100명을 데려옵니다.
2단계 검증기. 반복 구매와 재구매가 확인되는 중입니다. 한 번 산 사람이 또 사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계속 사는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원픽과 전환율입니다. 여기서 원픽이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는 대표 상품 하나를 말합니다. 잘 팔리는 상품 하나에 집중하고, 사이트에 들어온 사람이 사게 만드는 전환율을 끌어올립니다.
검증기 사장님의 흔한 착각은 "상품을 늘리면 매출도 는다"입니다. 그래서 신상품을 자꾸 붙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상품을 늘리면 힘이 흩어집니다. 잘 팔리는 하나를 더 잘 팔리게 다듬는 게 먼저입니다. 사이트에 100명이 들어와 몇 명이 사는지, 그 전환율 한 숫자를 1%라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검증기는 넓히는 시기가 아니라 깊게 파는 시기입니다.
3단계 성장기. 공헌이익 구조가 잡혀서, 광고를 밟으면 회사가 커지는 시기입니다. 한 개 팔 때마다 남는 돈이 확실히 있고, 그 돈으로 다음 고객을 사 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스케일과 채널 확장입니다. 되는 광고에 예산을 붓고, 새 판매 채널을 하나씩 엽니다.
성장기 사장님의 흔한 착각은 "이제 다른 것도 해도 된다"입니다. 돈이 돌기 시작하니 신사업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성장기는 되는 것을 최대한 밀어붙일 때입니다. 한눈파는 순간 성장이 멈춥니다. 채널을 늘리되 한 번에 하나씩, 이미 검증된 상품을 새 채널로 옮기는 방식으로 넓힙니다. 새 상품과 새 채널을 동시에 늘리면 둘 다 어중간해집니다.
4단계 확장기. 단일 상품과 단일 채널의 성장이 꺾이는 시기입니다. 잘 팔리던 상품 하나, 잘 되던 채널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크지 않습니다. 이때는 신상품, B2B, 자사몰 같은 새 성장축을 만듭니다. 첫 상품을 키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확장기 사장님의 흔한 착각은 "첫 상품을 키운 방식을 그대로 쓰면 된다"입니다. 하지만 첫 성공을 만든 공식은 두 번째 상품에서 잘 통하지 않습니다. 시장도, 경쟁도, 고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엔 첫 상품에서 번 돈을 실탄 삼아, 새 성장축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확장기는 성공의 반복이 아니라, 두 번째 생존기를 감당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단계 판정 질문 트리
이제 우리 회사를 정확히 한 칸에 넣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답하십시오. 막히는 지점이 바로 우리 단계입니다.
- 누적 판매가 100건을 넘었습니까?
아니오 → 생존기입니다. 여기서 멈추고 생존기 처방으로 갑니다.
예 → 질문 2로. - 재구매나 반복 구매가 눈에 보입니까? (재구매율 10% 이상)
아니오 → 아직 검증기입니다. 원픽과 전환율로 갑니다.
예 → 질문 3으로. - 한 개 팔 때마다 광고비까지 빼고 돈이 남습니까? (공헌이익 흑자)
아니오 → 검증기에 머물러야 합니다. 흑자 구조부터 만듭니다.
예 → 질문 4로. - 지금 상품과 채널의 성장이 최근 3개월간 꺾였습니까?
아니오 → 성장기입니다. 스케일과 채널 확장으로 갑니다.
예 → 확장기입니다. 새 성장축을 만듭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팔리는 증거가 없으면 생존기, 재구매가 없으면 검증기, 흑자가 없으면 검증기, 성장이 꺾이면 확장기, 나머지가 성장기입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단계가 걸쳐 보인다면, 항상 낮은 단계로 판정하십시오. 재구매는 도는데 흑자가 아니라면, 성장기가 아니라 검증기입니다. 매출은 큰데 팔 때마다 손해라면,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생존기입니다. 앞 단계의 숙제를 안 끝낸 채로 뒷 단계 행동을 하면, 그게 바로 돈이 타는 순간입니다. 낮은 쪽으로 판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한 단계는 건너뛰는 게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계별로 할 것과 하지 말 것
같은 노력도 단계를 틀리면 독이 됩니다. 아래 표를 우리 단계 줄만 보십시오.
| 단계 | 집중할 것 2가지 | 절대 하지 말 것 2가지 |
|---|---|---|
| 생존기 | 첫 100건 판매, 고객 한 명 한 명 인터뷰 | 브랜딩 대행 장기계약, 여러 채널 동시 오픈 |
| 검증기 | 원픽 상품 집중, 전환율 개선 | 대규모 재고 선매입, 단계 앞선 스케일업 강의 추종 |
| 성장기 | 되는 광고 예산 확대, 채널 하나씩 추가 | 신사업 문어발 확장, 핵심 상품 방치 |
| 확장기 | 신상품과 새 성장축, B2B와 자사몰 강화 | 첫 상품 성공 방식 그대로 복붙, 모든 채널에 힘 균등 분산 |
생존기 사장님이 브랜딩 대행을 계약하는 것, 검증기 사장님이 창고 가득 재고를 쟁여 두는 것, 성장기 사장님이 잘 되는 본업을 두고 신사업에 손대는 것. 이 셋이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본 자살골입니다.
단계별로 펴 볼 처방전
단계가 정해졌으면 볼 카드도 정해집니다. 생존기라면 팔리는 증거부터 만드는 카드를, 검증기라면 원픽과 전환율 카드를, 성장기라면 광고 예산과 채널 카드를, 확장기라면 새 수익원 설계 카드를 먼저 펴십시오. 자기 단계 카드가 아닌 것은 지금 읽어도 힘이 안 됩니다. 순서가 실력입니다.
처방전을 고를 때도 이 순서를 지키십시오. 제목이 끌린다고 아무 카드나 열면, 또 단계에 안 맞는 조언을 삼키게 됩니다. 확장기 사장님께 필요한 신사업 카드를 검증기 사장님이 읽으면, 지금 해야 할 원픽 집중에서 오히려 멀어집니다. 좋은 조언과 나쁜 조언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 단계에 맞는 조언과 안 맞는 조언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어떤 카드를 먼저 여느냐가, 이미 절반의 결정입니다.
낚시용품 브랜드의 방향 전환
낚시용품을 파는 대표님 이야기입니다. 처음 오셨을 때 월매출은 1,200만 원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며 패키지 리뉴얼과 인플루언서 협찬에 매달 500만 원을 쓰고 있었습니다.
네 질문을 던졌습니다. 판매는 100건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재구매율이 6%였습니다. 한 번 산 사람이 거의 안 돌아왔습니다. 공헌이익은 간신히 본전이었습니다. 판정은 명확했습니다. 이 회사는 성장기가 아니라 아직 검증기였습니다. 브랜딩에 쓸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대표님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습니다. 이미 브랜드가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방향을 바꿨습니다. 협찬과 리뉴얼을 멈추고, 그 돈과 시간을 두 가지에 몰았습니다. 가장 잘 팔리는 채비 세트 하나를 원픽으로 밀고, 첫 구매 후 2주 안에 재구매를 부르는 흐름을 새로 짰습니다.
방법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첫 구매 고객에게 2주 뒤 문자 한 통을 보냈습니다. 지난 주말 낚시에서 그 채비가 잘 맞았는지 묻고, 미끼와 소모품이 떨어질 때쯤 재주문 링크를 건넸습니다. 협찬 한 건 값도 안 되는 비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검증기 회사가 해야 할 정확한 일이었습니다. 4개월 뒤 재구매율은 6%에서 21%로 올라갔습니다. 그제야 공헌이익이 확실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이제 이 회사는 진짜 성장기입니다. 지금은 광고 예산을 밟고 있습니다. 이번엔 밟을수록 큽니다.
돌아보면 대표님이 처음에 쓴 브랜딩 비용이 잘못이었던 게 아닙니다. 그 돈을 쓸 단계가 아직 아니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같은 500만 원이, 검증기에는 독이었고 나중에 성장기에는 약이 됩니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타이밍이 결과를 갈랐습니다.
한 칸을 건너뛰려다 태운 돈이, 제자리를 찾자 연료가 됐습니다.
마무리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단계는 매출 크기가 아니라 구조로 나뉩니다. 둘째, 우리 단계에 안 맞는 조언은 영양제가 아니라 독입니다. 셋째, 네 질문에 답하면 우리 단계는 딱 하나로 확정됩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위 질문 트리를 위에서 아래로 따라가, 우리 회사 단계를 한 단어로 적으십시오. 생존기, 검증기, 성장기, 확장기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그 단계의 "하지 말 것"에 걸리는 게 있는지 딱 하나만 찾으십시오. 있다면, 그게 오늘 멈춰야 할 일입니다. 그 하나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새는 돈이 막히고 힘이 제자리로 모입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