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출 말고 새 수익원 만들 때, 후보 고르는 눈
먼저 해볼 확장 후보 1개에서 2개가 순서와 함께 정해집니다
3천만 원.
한 사장님이 새 사업에 쏟아부은 돈입니다. 원래 하던 건 수제 비누였습니다. 꾸준히 팔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반려동물 시장이 크다는 말을 듣고, 강아지 방석 브랜드를 새로 열었습니다. 공장을 새로 뚫고, 사진을 새로 찍고, 계정을 새로 팠습니다. 반년 뒤 그 계정을 열어 봤을 때, 3천만 원은 거의 다 사라져 있었습니다.
비누는 잘 만드는 분이었습니다. 문제는 강아지 방석을 살 고객도, 그 물건을 만들 경험도, 그 시장의 언어도 사장님에게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0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것도 이미 잘되던 본업을 뒤로 미뤄 둔 채로.
지금 이 카드를 펴신 사장님도 비슷한 자리에 계실지 모릅니다. 매출이 몇 달째 제자리입니다. 뭔가 새로 벌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듭니다. 남들이 하는 게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저 아이템, 저 채널, 저 방식. 다 돈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조급함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정체를 느꼈다는 건 사장님이 사업을 똑바로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문제는 조급할 때 사람은 가장 화려한 후보에 손이 간다는 겁니다. 가장 승산 있는 후보가 아니라.
이 글을 다 읽으면 남는 것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머릿속에 떠다니던 확장 아이디어 서너 개를 같은 잣대로 채점한 표가 손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중 먼저 해볼 후보 1개에서 2개가, 어떤 순서로 검증할지까지 정해집니다.
감으로 고르지 않습니다. 다섯 개의 기준에 점수를 매겨 고릅니다. 15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지금 떠오르는 후보들을 종이에 적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 표의 진짜 값어치는 무엇을 할지 정해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지금 하지 않을지 정해 주는 데 있습니다. 조급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새 아이디어가 아니라, 벌이지 않을 것을 걸러 낼 체입니다. 후보를 줄여야 남은 하나에 힘이 모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눈으로 봤습니다
저는 창업 후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진단해 왔습니다. 그중에는 잘된 확장도, 무너진 확장도 있었습니다. 두 무리를 갈라 놓고 보니 경계선이 뚜렷했습니다.
무너진 확장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본업과 멀었습니다. 옷을 팔던 곳이 갑자기 식품을, 화장품을 팔던 곳이 갑자기 가구를 벌였습니다. 고객도 새로, 거래처도 새로, 배우는 것도 전부 새로. 열정은 뜨거웠는데 통장은 빠르게 식었습니다.
잘된 확장은 반대였습니다. 지루할 만큼 본업 옆에 붙어 있었습니다. 원두를 팔던 곳이 드리퍼를 더했고, 아이 옷을 팔던 곳이 아이 양말을 더했습니다. 같은 고객이 다시 지갑을 열었고, 이미 있던 사진 설비와 배송 시스템을 그대로 썼습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남는 장사였습니다.
경계선은 이겁니다. 확장은 멀리 뛸수록 위험합니다. 잘한 사장님들은 크게 뛴 게 아니라, 옆으로 한 걸음 디뎠습니다.
멀리 뛴 확장이 실패하는 건 아이디어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반려동물 시장은 실제로 큽니다. 강아지 방석도 좋은 물건입니다. 아이디어는 옳았습니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가 이 사장님에게 맞느냐였습니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반려용품을 이미 팔던 사장님에게는 24점, 비누만 팔던 사장님에게는 7점입니다. 후보의 점수는 아이템이 아니라, 그 아이템과 사장님 사이의 거리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남이 성공한 사업이 나에게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왜 조급할 때 문어발이 되는가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부수겠습니다. 많은 사장님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사업이 정체니까, 완전히 다른 새 사업을 벌여야 돌파구가 생긴다.
정반대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은 돌파구가 아니라 리셋 버튼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고객, 후기, 데이터, 설비를 전부 0으로 되돌리고 창업을 다시 하는 겁니다. 본업은 그래도 몇 년 굴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새 사업은 그 몇 년을 처음부터 다시 걷겠다는 뜻입니다.
문어발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돈이 아니라 집중입니다. 사장님의 하루는 24시간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새 사업에 반나절을 쓰면, 본업에 쓸 반나절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문어발을 벌이면 새 사업이 자리 잡기 전에 본업부터 흔들립니다.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두 마리 다 놓치는 자리로 걸어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일수록 실제보다 커 보입니다. 지금 하는 본업은 문제점이 다 보입니다. 매일 부딪히니까요. 반대로 아직 안 해 본 사업은 좋은 면만 보입니다. 남의 성공담만 귀에 들어오고, 그 사업의 밑바닥 고생은 안 보입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은 자꾸 본업을 낮잡고 새 사업을 부풀립니다. 이 착시를 이기는 방법은 감정을 빼고 같은 자로 재는 것뿐입니다. 그 자가 바로 아래 다섯 기준입니다.
그러면 확장을 하지 말라는 말이냐. 아닙니다. 확장은 해야 합니다. 다만 아무 후보나 붙잡는 대신, 승산 높은 후보를 골라서 해야 합니다. 그 고르는 눈을 지금부터 드리겠습니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확장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지금 고객에게 다른 물건을 더 파는 방향, 지금 물건을 다른 고객에게 파는 방향, 지금 거래 방식을 바꾸는 방향입니다. 그릇을 사던 고객에게 머그컵을 더 파는 게 첫째, 소비자에게 팔던 그릇을 카페에 납품하는 게 둘째, 낱개로 팔던 걸 정기구독으로 바꾸는 게 셋째입니다. 이 세 방향은 전부 본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완전 신규 카테고리만이 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아래 다섯 기준은 결국 이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점수로 바꾸는 자입니다.
처방: 확장 후보를 5기준으로 채점한다
머릿속 후보들을 같은 잣대에 올려 놓습니다. 잣대는 다섯 개입니다. 각 기준에 1점에서 5점을 줍니다. 5점이 가장 좋습니다.
| 기준 | 5점(좋음) | 1점(나쁨) |
|---|---|---|
| 1. 기존 고객과의 거리 | 지금 고객에게 그대로 판다 | 완전히 새 고객을 찾아야 한다 |
| 2. 기존 역량 재사용 | 제조·소싱·콘텐츠·채널을 다시 쓴다 | 다 새로 배워야 한다 |
| 3. 공헌이익 구조 | 팔수록 쌓이는 구조다 | 팔아도 남는 게 없다 |
| 4. 검증 비용 | 작게 떠볼 수 있다 | 공장부터 계약해야 확인된다 |
| 5. 운영 부담 | 지금 인력·시스템으로 돌아간다 | 사람·창고를 새로 얻어야 한다 |
기준 3의 공헌이익은 판매가에서 변동비를 뺀 돈, 즉 하나 팔 때마다 실제로 손에 남는 몫입니다.
점수를 매길 때 헷갈리시면, 각 기준에 이런 질문을 던지십시오. 기준 1은 이 후보를 사 줄 사람이 지금 내 고객 목록에 있는가. 기준 2는 내가 지금 잘하는 일을 그대로 쓰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가. 기준 3은 하나 팔았을 때 통장에 실제로 얼마가 남는가. 기준 4는 100만 원 이하로 시장 반응을 확인할 방법이 있는가. 기준 5는 지금 있는 사람과 창고로 감당이 되는가. 질문에 그렇다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입니다.
다섯 칸에 점수를 매기고 더합니다. 최고점은 25점입니다. 이 한 장이면, 화려해 보이던 후보와 지루해 보이던 후보의 진짜 순위가 뒤집히는 걸 자주 보시게 됩니다. 마음은 새롭고 멀리 있는 것에 끌리지만, 점수는 가깝고 익숙한 것을 가리킵니다. 그 간극을 눈으로 보는 것이 이 표의 힘입니다.
후보 4개를 실제로 채점해 보면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옵니다. 도자기 그릇을 파는 한 쇼핑몰을 예로, 후보 네 개를 채점해 보겠습니다.
| 후보 | 고객 | 역량 | 이익 | 검증 | 운영 | 합계 |
|---|---|---|---|---|---|---|
| 기존 고객 대상 신상품 지금 고객에게 머그컵·화병 추가 | 5 | 5 | 4 | 5 | 5 | 24 |
| B2B 단체 납품 카페·식당에 그릇 납품 | 3 | 4 | 4 | 3 | 3 | 17 |
| 구독 모델로 전환 낱개를 계절 그릇 정기배송으로 | 4 | 3 | 5 | 3 | 3 | 18 |
| 완전 신규 카테고리 반려동물 간식 브랜드 | 1 | 1 | 2 | 2 | 1 | 7 |
숫자가 말을 합니다. 가장 눈길을 끌던 반려동물 간식은 7점으로 꼴찌입니다. 반면 지루해 보이던 기존 고객 대상 신상품이 24점으로 1등입니다. 이미 우리를 신뢰하는 고객에게, 이미 가진 소싱과 배송으로, 머그컵 하나를 더 파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다섯 기준에 무게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사장님의 지금 상황에 따라 한두 기준은 더 무겁게 봐야 합니다. 통장에 여유가 없으면 기준 4, 검증 비용을 가장 무겁게 봅니다. 싸게 실패할 수 있는 후보부터 손을 대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손이 부족한 게 문제라면 기준 5, 운영 부담을 가장 무겁게 봅니다.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하는 후보는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지금은 독이 됩니다. 합계 점수로 큰 순위를 잡되, 사장님의 가장 아픈 곳에 걸린 기준을 한 번 더 들여다보십시오.
여기서 규칙 하나. 상위 1개에서 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금은 지웁니다. 지우는 게 아깝게 느껴지겠지만, 후보를 좁히는 것이 이 표의 목적입니다. 조급함은 후보를 늘리라고 속삭이지만, 성과는 후보를 줄일 때 나옵니다. 확장을 세 개 동시에 벌인 사장님치고 세 개 다 성공한 경우를 저는 거의 못 봤습니다. 힘이 흩어지면 어느 것도 임계점을 못 넘깁니다.
남은 후보는 순서를 정해 검증한다
상위 후보를 골랐다고 바로 전부 쏟아붓지 않습니다. 순서를 정해 하나씩 확인합니다.
- 1등 후보를 먼저 작게 떠봅니다. 공장을 계약하기 전에, 기존 고객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머그컵·화병이 나오면 사시겠냐고. 반응이 오면 소량만 만들어 팔아 봅니다.
- 2등 후보는 대기시킵니다. 1등이 자리 잡는 것을 본 뒤에 손을 댑니다. 동시에 두 개를 벌이지 않습니다.
- 떠보는 구체적인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광고로 미리 반응을 사 보는 법은 G-02에서 순서대로 다룹니다.
작게 떠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큰돈을 넣기 전에, 시장이 정말 원하는지를 싸게 확인하는 겁니다. 앞의 비누 사장님은 이 순서를 건너뛰었습니다. 확인 없이 3천만 원부터 넣었습니다. 순서만 지켰어도 그 돈의 대부분은 통장에 남아 있었을 겁니다.
떠보기에서 볼 신호도 미리 정해 두십시오. 막연히 반응이 좋았다는 느낌으로 판단하면 또 감으로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고객 100명에게 물어 40명 이상이 사겠다고 하면 진행, 20명 아래면 보류. 이렇게 통과선을 숫자로 그어 두면, 좋아하는 후보라도 냉정하게 접을 수 있고 마음이 안 가던 후보라도 숫자가 좋으면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실패를 싸게 겪는 것이 목적이지, 실패를 안 겪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작게 떠보다 접은 후보는 손해가 아니라, 큰 손해를 막아 준 값싼 보험입니다.
한 도자기 그릇 쇼핑몰이 지나온 길
한 도자기 그릇 쇼핑몰의 사장님은 정체에 지쳐 있었습니다. 매출 그래프가 반년째 평평했습니다. 사장님의 첫 계획은 반려동물 수제간식 브랜드였습니다. 시장이 크다고 들었고, 마음이 이미 그쪽에 가 있었습니다.
계정과 매출 시트를 함께 열고, 다섯 기준으로 후보 네 개를 채점했습니다. 반려동물 간식은 7점, 기존 고객 대상 머그컵·화병 신상품은 24점이 나왔습니다. 사장님은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숫자가 마음과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장님을 멈춰 세운 건 검증 비용 칸이었습니다. 반려동물 간식은 위생 설비를 새로 갖추고 인증을 받아야 첫 판매가 가능했습니다. 확인하는 데만 수백만 원이 드는 후보였습니다. 반대로 머그컵은 기존 고객에게 물어보는 데 돈이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 같은 조급함이라도, 하나는 큰돈을 걸어야 답을 얻고 하나는 공짜로 답을 얻습니다. 사장님은 그 차이 앞에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순서대로 갔습니다. 새 공장을 뚫는 대신, 기존 고객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지금 쓰시는 그릇과 같은 결의 머그컵과 화병이 나오면 함께 쓰시겠냐고. 절반 넘는 고객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소량으로 머그컵과 화병을 만들어 기존 라인에 더했습니다.
두 달 뒤, 그릇만 사던 고객의 상당수가 머그컵과 화병까지 함께 담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을 새로 데려온 게 아니라, 있던 고객이 한 칸 더 담은 겁니다. 광고비는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소싱처도, 배송도 그대로였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머그컵을 더한 고객은 한 번 주문할 때 담는 금액이 늘었습니다. 같은 고객이 같은 주문에 한 가지를 더 담았을 뿐인데, 배송은 한 번이고 광고비는 그대로인 채 매출만 올라갔습니다. 새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돈에 비하면, 있던 고객이 한 칸 더 담게 만드는 비용은 거의 공짜에 가깝습니다. 정체를 뚫은 건 새 사업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믿는 고객의 장바구니였습니다.
사장님이 마음에 두었던 반려동물 브랜드는 지금도 후보 목록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순서가 뒤로 갔을 뿐입니다. 지웠던 게 아니라, 나중으로 미룬 겁니다. 머그컵이 자리를 잡고 여력이 생기면, 그때 다시 다섯 기준으로 채점해 볼 겁니다. 그때는 머그컵을 팔며 쌓은 이익이 검증 비용을 대 줄 테니, 같은 후보라도 점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장은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힘을 쌓아 가며 반복하는 저울질입니다.
마무리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첫째, 정체의 답은 화려한 신사업이 아니라 본업 옆의 확장입니다. 둘째, 후보들을 고객, 역량, 이익, 검증, 운영 다섯 기준으로 채점해 상위 1개에서 2개만 남깁니다. 셋째, 남은 후보는 크게 넣기 전에 작게 떠봅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지금 머릿속을 맴도는 확장 아이디어를 세 개에서 네 개만 종이에 적고, 위 다섯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보십시오. 채점만 해도 무엇을 먼저 할지가 보입니다.
이어서 보면 좋은 처방전을 안내드립니다. G-02는 고른 후보를 실제로 만들기 전에 광고로 먼저 반응을 떠보는 법입니다. 이 글의 검증 단계를 그대로 이어 줍니다. G-03은 후보 중 B2B 확장을 골랐을 때, 기업 고객과 만날 검색어를 새로 여는 법입니다. F-02는 공헌이익, 즉 하나 팔면 실제로 남는 돈을 계산하는 법입니다. 기준 3의 점수를 감이 아니라 숫자로 매기고 싶으실 때 함께 보십시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