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B2B·소량제작)으로 넓힐 때 키워드
B2B 고객과 만날 키워드가 새로 생깁니다
"혹시 100개도 제작 가능한가요."
이 한 줄짜리 문의가 게시판에 올라온 날, 사장님은 반가우면서도 당황하셨을 겁니다. 평소에 한두 개씩 사가던 손님과는 말투가 다릅니다. 개당 가격을 먼저 묻지 않고 수량부터 묻습니다. 배송이 언제 오냐가 아니라 납기를 맞출 수 있냐고 묻습니다. 세금계산서가 되냐고 묻습니다.
지난 몇 년, 사장님은 소비자 한 명 한 명에게 물건을 팔아 왔습니다. 예쁜 사진을 올리고, 후기를 모으고, 낱개로 팔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결이 다른 문의가 섞이기 시작합니다. 회사 로고를 넣어 달라는 곳, 행사 답례품으로 300개가 필요하다는 곳, 매달 정기적으로 납품이 가능하냐는 곳.
머릿속에 숫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낱개로 100개를 팔려면 100번의 결제와 100번의 포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문의 한 건은 한 번의 거래로 그 수량을 가져갑니다. 개당 마진은 조금 낮아도 손은 훨씬 덜 갑니다. 사장님은 생각하십니다. 이쪽 시장을 제대로 열어 볼까.
문제는 그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소비자는 검색으로 사장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기업 담당자는 대체 뭐라고 검색해서 우리를 찾을까요.
이 글을 다 읽으면 남는 것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기업 고객과 만날 검색어 목록이 손에 남습니다. 소비자가 쓰는 말이 아니라, 구매 담당자가 검색창에 실제로 치는 말입니다.
거기에 그 검색어들 중 어떤 것이 진짜로 사람들이 찾는 말인지 확인하는 법, 기업 문의를 받을 한 페이지짜리 안내를 만드는 순서, 첫 문의가 왔을 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까지 함께 가져가십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바로 씁니다. 읽고 나서 노트북을 열어 검색어 사전을 만들고, 그중 실제로 찾는 말이 무엇인지 30분 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눈으로 봤습니다
지난달에도 주방용품을 만드는 한 제조사의 계정을 열어 봤습니다. 소비자 대상 검색 유입은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출 시트를 열어 보니 절반 가까이가 기업 주문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정작 광고는 전부 소비자 키워드에만 걸려 있었습니다.
담당 사장님에게 물었습니다. 기업 주문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거나, 어쩌다 검색해서 들어옵니다. 매출의 절반을 만드는 통로를 운에 맡기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창업 후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진단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확인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소비자와 기업 담당자는 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완전히 다른 단어로 검색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눈앞에 있는 시장을 통째로 놓칩니다. 문이 열려 있는데 손잡이가 어디 있는지 몰라 못 들어가는 셈입니다.
왜 두 시장이 서로를 못 만나는가
먼저 용어 두 개만 정리하겠습니다. B2C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파는 것입니다. B2B는 회사가 다른 회사나 단체에 파는 것입니다. 사장님은 지금까지 B2C만 해 오셨고, 이제 B2B의 문을 열려는 겁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두 고객은 검색하는 말 자체가 다릅니다.
소비자는 감정으로 검색합니다. 예쁜 텀블러, 감성 머그컵, 선물용 보온병. 자기가 쓸 것, 혹은 한 사람에게 줄 것을 상상하며 검색창을 칩니다. 단어에 취향이 묻어 있습니다.
기업 담당자는 목적으로 검색합니다. 텀블러 단체 제작, 판촉물 소량 인쇄, 행사 답례품 주문제작. 수량과 용도가 검색어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담당자는 예쁜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정해진 예산과 납기 안에서 일을 끝낼 업체를 찾습니다.
사장님이 지금까지 쌓아 온 검색어는 전부 앞쪽 말입니다. 그래서 뒤쪽 말로 검색하는 담당자와는 영영 못 만납니다. 상품은 똑같은데, 검색창 앞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겁니다. 신사업이라고 해서 공장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물건은 그대로 두고, 담당자가 쓰는 말만 새로 심으면 됩니다.
이것이 B2B 확장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미 만들 수 있는 물건, 이미 가진 설비, 이미 쌓은 후기를 그대로 씁니다. 새로 배우는 것은 담당자의 언어 하나뿐입니다. 위험은 작고, 열리는 시장은 큽니다. 그래서 저는 매출 정체에 부딪힌 사장님께 완전히 새로운 사업보다 B2B 확장을 먼저 권합니다.
처방 1: B2B 검색어 사전을 만든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사장님의 제품 이름 뒤에, 담당자가 붙이는 목적어를 조합합니다. 아래 표의 왼쪽은 담당자가 붙이는 말의 묶음, 오른쪽은 실제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사장님 제품과 곱하면 검색어 사전이 나옵니다.
| 묶음 | 붙는 말 |
|---|---|
| 제작 계열 | 제작, 주문제작, 맞춤제작, 인쇄 |
| 수량 계열 | 소량 제작, 대량, 단체, 도매 |
| 거래 계열 | 납품, OEM, ODM, 대량 견적 |
| 용도 계열 | 판촉물, 답례품, 기념품, 사은품, 굿즈 |
이제 제품 이름과 곱합니다. 텀블러를 예로 들면 이렇게 나옵니다. 텀블러 제작, 텀블러 주문제작, 텀블러 소량 제작, 텀블러 단체 주문, 텀블러 도매, 텀블러 납품, 텀블러 OEM, 판촉용 텀블러, 답례품 텀블러, 기념품 텀블러.
여기서 OEM과 ODM은 담당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니 뜻을 알아 두셔야 합니다.
-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주문한 회사의 상표를 붙여 만들어 주는 것. 설계는 주문사가 하고, 사장님은 만들어 줍니다.
- ODM(제조사 개발 생산): 사장님이 설계와 개발까지 해서 납품하는 것. 주문사는 상표만 붙입니다. ODM이 가능하면 마진이 더 큽니다.
제품이 여러 개면, 제품마다 이 조합을 반복합니다. 30분이면 종이 한 장에 30개에서 50개의 후보 검색어가 쌓입니다. 이게 사장님의 B2B 검색어 사전입니다.
한 가지 팁을 더 드립니다. 지역명을 앞에 붙이면 경쟁이 확 줄어듭니다. 텀블러 제작은 경쟁이 세지만, 대구 텀블러 제작이나 성수동 판촉물 제작은 찾는 사람이 있는데 경쟁은 약합니다. 근처 기업과 단체를 노리신다면 지역명 조합을 반드시 사전에 넣으십시오. 담당자는 가까운 업체를 선호합니다. 시안을 직접 보러 오거나 급할 때 빨리 받기 위해서입니다.
처방 2: 진짜로 찾는 말인지 확인한다
사전을 만들었다고 다 쓰는 게 아닙니다. 그중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말만 남겨야 합니다. 상상으로 만든 검색어는 아무도 안 칩니다.
확인 도구는 무료입니다. 네이버 검색광고에 가입하면 나오는 키워드 도구입니다. 여기에 후보 검색어를 붙여 넣으면, 한 달에 몇 번 검색됐는지와 경쟁이 얼마나 센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보는 법은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월 검색량이 0에 가까우면 버립니다. 아무도 안 찾는 말입니다.
- 검색량이 있고 경쟁이 낮으면 1순위입니다. 찾는 사람은 있는데 경쟁이 약한 자리, 여기가 먼저 심을 자리입니다.
- 검색량이 크고 경쟁이 센 말은 뒤로 미룹니다. 나중에 힘이 붙은 다음에 노립니다.
이 작업을 30분만 하면, 50개 후보가 실제로 심을 만한 10개에서 15개로 추려집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고른 목록입니다. 추린 검색어는 상품 상세 페이지의 제목과 설명, 그리고 B2B 안내 페이지의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으십시오. 검색창에 그 말을 친 담당자에게 우리 페이지가 걸리도록 만드는 작업입니다.
처방 3: 기업 문의를 받을 한 페이지를 만든다
담당자가 검색해서 들어왔는데, 소비자용 낱개 판매 페이지만 보이면 그냥 나갑니다. 담당자는 낱개 가격이 궁금한 게 아니라, 여기가 단체 주문을 받는 곳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B2B 전용 안내 페이지를 딱 한 장 만듭니다. 네 덩어리면 충분합니다.
- 납품 실적: 어디에 몇 개 납품했는지. 로고를 못 쓰면 업종만 적습니다. 지역 카페 30곳, 기업 행사 3건 식으로.
- 최소 수량(MOQ): 최소 주문 수량을 밝힙니다. MOQ는 Minimum Order Quantity, 즉 이 수량부터 주문을 받는다는 기준선입니다. 이게 없으면 담당자가 문의할지 말지 판단을 못 합니다.
- 견적 절차: 문의부터 납품까지 몇 단계인지. 문의, 견적, 시안 확인, 제작, 납품. 다섯 줄이면 됩니다.
- 견적 문의 폼: 전화번호만 덜렁 두지 마십시오. 아래 처방 4의 네 가지를 미리 적어 보내게 하는 짧은 양식을 답니다.
이 한 페이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담당자가 문의를 남기느냐 그냥 창을 닫느냐를 가릅니다.
한 가지 더 챙길 것이 있습니다. 안내 페이지 어딘가에 세금계산서 발행 가능이라고 한 줄 적어 두십시오. 도입부에서 담당자가 세금계산서가 되냐고 물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업은 지출을 증빙으로 남겨야 합니다. 세금계산서가 안 되면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담당자가 위에서 결재를 못 받습니다. 반대로 이 한 줄이 있으면, 담당자는 안심하고 문의를 남깁니다. 소비자에게는 필요 없던 이 한 줄이, 기업 담당자에게는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처방 4: 첫 문의에 이 네 가지를 묻는다
기업 문의가 오면 반가운 마음에 바로 가격부터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견적을 못 냅니다. 견적의 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첫 응대에서 반드시 이 네 가지를 확보하십시오.
| 질문 | 왜 물어야 하나 |
|---|---|
| 수량 | 몇 개가 필요하십니까. 수량에 따라 단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 납기 | 언제까지 받으셔야 합니까. 급하면 단가가 올라갑니다. |
| 예산 | 개당 혹은 전체로 잡아 두신 예산이 있으십니까. 이걸 알면 헛된 시안을 안 만듭니다. |
| 용도 | 어디에 쓰실 겁니까. 판촉물인지 답례품인지 재판매인지에 따라 제안이 달라집니다. |
이 네 가지를 한 번에 물으면 담당자도 편합니다. 일 잘하는 업체라는 인상이 첫 대화에서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가격 이야기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B2B는 낱개 가격을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담당자는 수량으로 협상하러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수량 구간별 단가표를 미리 만들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100개까지는 얼마, 300개까지는 얼마, 500개 넘으면 얼마. 이렇게 구간을 나눠 두면 문의가 올 때마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담당자도 위에 보고할 근거가 생겨 발주가 빨라집니다. 낱개 판매의 마진율을 그대로 지키려 들면 단체 주문은 성사되지 않습니다. 손이 덜 가는 만큼을 담당자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십시오.
처방 5: 문의를 리드로 관리하고, 광고는 소액부터
B2B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이겁니다. 문의가 왔는데 바로 계약이 안 되면 흐지부지 놓아 버리는 것.
기업 거래는 소비자 구매와 다릅니다. 소비자는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삽니다. 담당자는 위에 보고하고, 예산을 확인하고, 다른 업체와 비교합니다. 첫 문의부터 실제 발주까지 몇 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의를 리드로 관리합니다. 리드는 아직 사지 않았지만 살 가능성이 있는 잠재 고객입니다. 표 하나면 됩니다.
| 회사·연락처 | 문의 내용 | 수량 | 다음 연락일 | 상태 |
|---|---|---|---|---|
| OO카페 / 담당자 | 오픈 기념품 텀블러 | 200 | 6/25 | 견적 발송 |
| OO기업 / 담당자 | 행사 답례품 텀블러 | 150 | 7/02 | 검토 중 |
상태는 문의, 견적 발송, 검토 중, 발주, 종료 정도로 나눕니다. 견적을 보낸 뒤 답이 없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다음 연락일에 한 번 더 가볍게 연락하면, 잊고 있던 발주가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색어를 심어도 노출이 느리다 싶으면, 검색광고를 소액으로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처방 2에서 고른 경쟁 낮은 B2B 검색어에만, 하루 예산을 만 원 안팎으로 걸어 봅니다. 문의가 붙는 검색어가 무엇인지 며칠이면 눈에 보입니다. 돈을 태우는 게 아니라, 어느 말이 돈이 되는지를 사는 겁니다.
한 텀블러 브랜드가 지나온 길
한 텀블러 제조 브랜드의 계정을 열었을 때, 매출은 전부 소비자 낱개 판매였습니다. 예쁜 보온 텀블러를 개당 만원 대에 팔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이미 지쳐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낱개를 포장해도 남는 게 얼마 안 됐습니다.
그런데 문의 게시판을 같이 넘겨 보니, 묻힌 문의가 여럿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오픈 기념품으로 200개, 회사에서 창립 행사 답례품으로 150개. 사장님은 그 문의에 낱개 가격만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담당자들은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처방은 그대로였습니다. 검색어 사전을 만들어 텀블러 제작, 단체 주문 텀블러, 판촉용 텀블러 소량 제작 같은 말을 골랐습니다. 그중 검색량 있고 경쟁 낮은 열두 개만 남겼습니다. B2B 안내 페이지를 한 장 만들어 최소 수량을 100개로 밝히고, 견적 폼에 수량과 납기와 용도를 묻는 칸을 넣었습니다.
두 달 뒤, 매출 시트의 모양이 바뀌었습니다. 낱개 매출은 그대로인데, 단체 주문 한 건이 낱개 하루 매출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포장 횟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사장님이 한 일은 공장을 늘린 게 아닙니다. 담당자가 쓰는 말을 심고, 문의를 흘려보내지 않은 것뿐입니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처음 200개를 주문한 카페가, 다음 시즌에 다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수량이 400개였습니다. B2C 손님은 한 번 사고 잊는 경우가 많지만, B2B 담당자는 한 번 일이 편하면 계속 같은 곳에 맡깁니다. 새 고객을 찾느라 매번 광고비를 태우는 대신, 만족한 담당자 한 명이 매 분기 발주를 반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리드 관리표에 다음 연락일을 적어 둔 덕분에, 사장님이 먼저 안부를 물은 것도 재주문을 앞당겼습니다.
마무리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첫째, 소비자와 기업 담당자는 같은 물건을 다른 말로 검색합니다. 둘째, 그 담당자의 말을 사전으로 만들고 검색량으로 추린 뒤, 문의를 받을 한 페이지를 답니다. 셋째, 문의는 리드로 관리해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종이 한 장에 사장님 제품 뒤로 제작, 소량 제작, 단체, 납품, 판촉물, 답례품을 곱해 검색어 후보를 30개만 적으십시오. 확인과 페이지는 그다음입니다.
이어서 보면 좋은 처방전을 안내드립니다. E-02는 브랜드명이 아니라 카테고리 키워드로 새 고객을 데려오는 법입니다. B2B 검색어도 결국 카테고리의 언어이니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G-04는 새 수익원을 만들 때 여러 후보 중 무엇을 먼저 할지 고르는 눈을 다룹니다. B2B 확장이 지금 사장님에게 맞는 카드인지 점검하실 수 있습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