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픽(대표 상품) 하나만 정하기, 히어로
예산을 몰아줄 히어로 상품 1개가 정해집니다
지난주에도 한 쇼핑몰의 광고 계정을 열었습니다. 상품 마흔두 개가 전부 광고에 걸려 있었습니다. 캠페인 수는 서른 개가 넘었습니다. 예산은 한 캠페인당 하루 만 원, 이만 원으로 잘게 쪼개져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 좋은 상품이라 뭘 뺄 수가 없어요." 그 마음을 압니다. 하나하나 밤새워 소싱하고, 상세페이지 만들고, 사진 찍은 상품들입니다. 어느 하나 미운 게 없습니다.
그런데 계정 화면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흔두 개 중에 실제로 매출을 만드는 상품은 세 개였습니다. 나머지 서른아홉 개는 광고비만 나눠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루 예산 만 원짜리 캠페인은 데이터가 쌓이기도 전에 하루가 끝났습니다. 학습이 안 되니 광고는 계속 초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오늘 이 카드를 펴신 사장님도 비슷하실 겁니다. 팔 게 많은데 왜 매출은 안 오르는지 답답하셨을 겁니다. 광고비는 쓰는데 어디서 새는지 안 보이셨을 겁니다. 상품을 하나 더 올리면 매출이 하나 더 늘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이상하셨을 겁니다.
이 글이 끝나면 남는 것
딱 하나입니다. 예산을 몰아줄 히어로 상품 한 개가 정해집니다.
히어로 상품이란 스튜디오에서 쓰는 말로, 브랜드의 얼굴이자 예산의 70퍼센트를 감당하는 대표 상품입니다. 광고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딱 하나 기억할 상품, 그게 히어로입니다. 오늘 저는 그 하나를 감이 아니라 숫자로 뽑는 방법을 드립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바로 씁니다. 노트북을 열고 상품 목록과 지난 3개월 매출 시트만 옆에 두시면 됩니다. 다 읽고 표 하나만 채우면 오늘 히어로가 정해집니다. 내일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표는 오늘 채워야 오늘부터 예산이 정리됩니다.
히어로가 하나 정해지면 따라오는 게 많습니다. 예산을 어디에 몰지, 상세페이지를 뭐부터 고칠지, 다음 상품을 어디에 붙일지가 전부 그 하나를 축으로 정해집니다. 흩어져 있던 결정들이 한 줄로 서는 겁니다. 그래서 히어로 정하기는 상품 하나 고르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의 방향을 잡는 일입니다.
저는 200개 계정에서 같은 장면을 봤습니다
창업하고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봤습니다. D2C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셀러, 로컬 서비스업, B2B 제조사까지 스펙트럼은 넓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이 정체된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상품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확히는, 예산을 받을 자격이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상품이 똑같이 소중하니 예산도 똑같이 나눴습니다. 그 공평함이 브랜드를 굶겼습니다.
반대로 잘 크는 브랜드는 달랐습니다. 사장님에게 "제일 잘 나가는 상품 하나만 말해 주세요"라고 물으면 0.5초 만에 답이 나왔습니다. 그 브랜드는 이미 자기 히어로를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없는 것을 만들어 드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사장님 시트 안에 있는데 안 보이던 히어로를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히어로는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겁니다. 답은 이미 시트 안에 있습니다.
왜 다 밀면 아무것도 안 팔리나
사장님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상품이 많으면 그물이 넓어져서 더 많이 걸린다"는 생각입니다. 온라인 광고에서는 반대입니다. 그물을 넓게 던질수록 그물코가 성글어져서 다 빠져나갑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예산이 쪼개집니다. 하루 30만 원을 마흔 개에 나누면 상품당 7천 원입니다. 이 돈으로는 광고가 누구에게 보여야 하는지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광고는 하루 예산을 다 쓰기도 전에 밤이 됩니다.
둘째, 소재와 지면이 쪼개집니다. 만드는 사람은 한 명인데 상품이 마흔 개면, 상세페이지도 광고 소재도 전부 대충 만들어집니다. 한 상품에 30분씩만 써도 마흔 개면 스무 시간입니다. 힘이 분산되면 어느 것도 명작이 안 됩니다.
셋째, 학습이 안 됩니다. 요즘 광고는 데이터를 먹고 똑똑해집니다. 한 상품에 구매 데이터가 쌓여야 광고가 "이런 사람이 사는구나"를 배웁니다. 업계에서는 한 캠페인이 일주일에 구매 쉰 건 정도는 모여야 학습이 안정된다고 봅니다. 예산이 흩어지면 어느 상품도 그 문턱을 못 넘습니다. 마흔 개 상품이 전부 학습 문턱 아래에서 헤맵니다.
그래서 상품 마흔 개를 미는 브랜드는 마흔 개를 파는 게 아니라, 마흔 개를 다 어중간하게 만듭니다. 넓게 벌린 손은 아무것도 꽉 쥐지 못합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한 상품에 하루 20만 원을 넣은 브랜드는 일주일이면 구매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광고가 제 궤도에 오릅니다. 같은 돈을 스무 상품에 만 원씩 나눈 브랜드는, 어느 상품도 그 궤도에 못 오른 채 한 달이 지나갑니다. 같은 광고비를 쓰고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의 집중도가 성패를 가릅니다.
히어로를 뽑는 4기준 점수표
이제 처방입니다. 감으로 뽑지 않습니다. 네 가지 기준에 각각 5점을 매겨서, 합계가 가장 높은 상품을 히어로로 정합니다.
기준은 이 넷입니다.
- 공헌이익. 한 개 팔면 실제로 남는 돈입니다. 판매가에서 원가, 배송비, 결제수수료, 포장비를 뺀 금액입니다. 이 돈이 커야 광고비를 감당하고도 남습니다. 남는 돈이 적으면 아무리 많이 팔아도 광고비로 다 나갑니다.
- 전환율. 이미 잘 팔리는가입니다. 상세페이지에 들어온 사람 100명 중 몇 명이 사는지 봅니다. 이미 잘 사는 상품에 예산을 몰아야 광고가 효율을 냅니다. 안 팔리는 상품에 예산을 부으면 밑 빠진 독입니다.
- 재구매·연관구매 연결력. 한 번 산 사람이 또 사거나, 다른 상품을 같이 사게 만드는 힘입니다. 이게 있어야 광고비 한 번으로 매출이 여러 번 일어납니다. 한 번 사고 끝나는 상품은 매번 새 고객을 광고비로 사와야 합니다.
- 재고·공급 안정성. 갑자기 품절되거나 공급이 끊기지 않는가입니다. 히어로가 품절되면 몰아준 예산이 그대로 허공에 뜹니다. 잘 팔리는데 물건이 없는 것만큼 아까운 일이 없습니다.
각 기준을 1점에서 5점으로 매깁니다. 점수를 매길 때 눈금을 잡아 드립니다. 공헌이익은 판매가의 20퍼센트 미만이면 1점, 50퍼센트 이상이면 5점입니다. 전환율은 우리 몰 평균보다 낮으면 1점, 두 배 이상이면 5점입니다. 재구매는 거의 없으면 1점, 절반이 다시 사면 5점입니다. 재고는 자주 품절이면 1점, 언제든 공급되면 5점입니다.
후보는 지금 팔고 있는 상품 중 매출 상위 5개면 충분합니다. 스무 개, 마흔 개를 다 채점할 필요 없습니다. 잘 나가는 다섯 개 안에 히어로가 있습니다.
예시로 채워 보겠습니다. 어느 생활용품 셀러의 시트를 익명으로 옮긴 표입니다.
| 상품 | 공헌이익 | 전환율 | 재구매·연관 | 재고안정 | 합계 |
|---|---|---|---|---|---|
| 주방 수세미 | 2 | 3 | 2 | 5 | 12 |
| 스텐 물병 | 4 | 4 | 4 | 4 | 16 |
| 실리콘 밀폐용기 | 5 | 4 | 5 | 3 | 17 |
| 행주 세트 | 3 | 5 | 2 | 4 | 14 |
| 칼 세트 | 5 | 2 | 2 | 2 | 11 |
이 셀러는 원래 매출 1위인 행주 세트를 밀고 있었습니다. 전환율은 5점으로 제일 높았습니다. 하지만 공헌이익이 낮고 재구매가 거의 없었습니다. 한 번 사면 1년을 씁니다. 잘 팔리지만 남는 게 적고 다시 안 사는 상품이었습니다.
표를 채우고 나니 답이 바뀌었습니다. 합계 1위는 실리콘 밀폐용기였습니다. 남는 돈이 크고, 세트로 또 사고, 다른 주방용품과 연관 판매까지 붙었습니다. 감으로는 안 보이던 히어로가 표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매출 1위와 히어로가 다를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표의 핵심입니다.
채점할 때 사장님들이 자주 헛디디는 세 가지도 미리 짚어 드립니다. 첫째, 매출 1위를 그냥 히어로로 정하는 실수입니다. 매출이 많다고 남는 돈이 많은 게 아닙니다. 위 셀러도 매출 1위는 행주였지만 히어로는 밀폐용기였습니다. 둘째, 내가 제일 애정하는 상품에 후한 점수를 주는 실수입니다. 소싱에 고생한 상품에 자꾸 마음이 갑니다. 점수는 마음이 아니라 시트로 매깁니다. 셋째, 마진율이 높다고 무조건 1등을 주는 실수입니다. 마진율(파는 값에서 남는 돈의 비율)이 높아도 판매가 자체가 작으면 한 개 팔아 남는 돈은 얼마 안 됩니다. 5,000원짜리의 60퍼센트보다 3만 원짜리의 30퍼센트가 큽니다. 공헌이익은 비율이 아니라 한 개당 실제 남는 금액으로 봐야 합니다.
히어로가 정해지면 할 일
히어로 한 개를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하나에 힘을 몰아주는 세 가지 행동이 따라와야 합니다.
첫째, 광고 예산의 70퍼센트를 히어로에 몰아줍니다. 나머지 30퍼센트로 다른 상품을 테스트합니다. 히어로 캠페인 하나에 하루 예산을 몰면 드디어 광고가 학습할 데이터가 쌓입니다. 하루 30만 원이면 21만 원을 히어로 한 곳에 넣는 겁니다. 흩어져 있던 돈이 한 점에 모이면 그때부터 광고가 똑똑해집니다.
둘째, 상세페이지를 히어로부터 고칩니다. 전 상품을 다 손볼 시간은 없습니다. 히어로 하나만 최고 수준으로 만듭니다. 첫 화면, 후기 배치, 구매 버튼 위치까지 이 상품에 자원을 집중합니다. 사진도 이 상품부터 다시 찍습니다. 히어로의 전환율이 1퍼센트만 올라도 예산 70퍼센트가 그만큼 더 효율을 냅니다.
셋째, 후속 구매 동선을 설계합니다. 히어로를 산 사람이 다음에 뭘 사게 할지 미리 정합니다. 구매 완료 페이지, 배송 문자, 재구매 알림에 다음 상품을 심어 둡니다. 히어로는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이 두 번째, 세 번째 물건을 사게 만드는 동선을 그려야 광고비 한 번이 여러 번의 매출로 돌아옵니다.
힘을 몰아줬으면 나머지 상품의 배역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사장님 마음이 걸립니다. "그럼 나머지 상품은 어떻게 하나요. 다 내 자식 같은데요." 버리는 게 아닙니다. 역할을 바꿔 주는 겁니다. 히어로가 주연이면 나머지는 조연입니다. 조연에게도 각자 배역이 있습니다.
- 진입용 미끼: 값이 싸서 처음 사기 부담 없는 상품입니다.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문 역할입니다. 이걸로 들어온 손님을 히어로와 업셀로 안내합니다.
- 업셀 상품: 히어로를 산 김에 얹어 파는 상품입니다. 객단가를 올립니다. "이거 사시는 김에 이것도"의 그 자리입니다.
- 구색 상품: 있어야 브랜드가 갖춰 보이는 상품입니다. 광고비는 안 쓰되 진열은 유지합니다. 손님이 둘러볼 때 브랜드가 알차 보이게 하는 배경입니다.
모든 자식이 소중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 마흔 명에게 용돈을 똑같이 만 원씩 나눠 주면, 아무도 대학을 못 갑니다. 한 명을 대표선수로 키우고 나머지에게 배역을 주는 것이 상품 전부를 살리는 길입니다. 히어로가 성공해서 브랜드가 커지면, 그 힘으로 다음 상품을 히어로로 키울 수 있습니다. 하나를 키우는 것이 전부를 키우는 시작입니다.
한 침구 브랜드 이야기
한 침구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이불, 베개, 커버, 패드까지 스물여덟 개 상품을 전부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월 광고비는 1,500만 원인데 매출은 제자리였습니다. 사장님은 "상품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계정을 열어 4기준 점수표를 같이 채웠습니다. 사장님은 당연히 사계절 이불이 히어로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매출 1위였으니까요. 그런데 표의 답은 달랐습니다. 히어로는 경추 베개였습니다. 공헌이익이 크고, 6개월마다 재구매가 돌고, 커버까지 연관 판매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이불은 잘 팔리지만 몇 년에 한 번 사고, 부피가 커서 배송비에 남는 돈이 깎였습니다.
예산의 70퍼센트를 경추 베개에 몰았습니다. 상세페이지도 베개부터 다시 만들었습니다. 베개를 산 사람에게 커버와 패드를 얹는 동선을 깔았습니다. 나머지 상품은 업셀과 구색으로 배역을 바꿨습니다.
두 달 뒤 시트를 다시 열었습니다. 광고비는 그대로 1,500만 원인데, 히어로 한 개의 학습이 쌓이면서 광고 효율이 올라갔습니다. 베개를 산 고객이 커버를 같이 사면서 객단가도 올랐습니다. 전체 매출은 40퍼센트 늘었습니다. 상품을 줄인 게 아니라, 힘을 한 곳에 모았을 뿐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브랜드는 그 뒤로 분기에 한 번씩 같은 표를 다시 채웁니다. 히어로는 한 번 정하면 영원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도 계절도 바뀌고, 여름 히어로와 겨울 히어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신상품이 자라서 기존 히어로를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자주 바꾸지는 마십시오. 한 달마다 갈아치우면 광고가 학습할 시간이 없습니다. 최소 한 분기는 한 히어로에 힘을 몰아주고, 분기 말에 표로 점검하는 리듬이 좋습니다. 정하는 것도 숫자로, 바꾸는 것도 숫자로 합니다.
오늘 할 일
세 줄 요약입니다.
첫째, 상품을 다 미는 것은 예산과 학습을 쪼개는 자해입니다. 둘째, 공헌이익, 전환율, 재구매력, 재고안정 네 기준에 5점씩 매겨 합계 1위를 히어로로 뽑습니다. 셋째, 히어로에 예산 70퍼센트를 몰고 나머지는 미끼, 업셀, 구색으로 배역을 줍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매출 상위 5개 상품으로 위 점수표를 채우십시오. 10분이면 끝납니다. 오늘 히어로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이번 주 광고 예산의 70퍼센트를 그 히어로로 옮기십시오.
관련해서 F-02 한 개 팔면 남는 돈부터, 공헌이익 카드를 먼저 보시면 첫 번째 기준의 숫자를 정확히 뽑을 수 있습니다. 히어로가 정해진 다음에는 G-02 신상품 만들기 전에 광고로 먼저 떠보기, 그리고 K-01 광고비 얼마까지 써야 하나로 이어 가시면 됩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