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매가 얼마나 남나, 잔존표 그리기
재구매 고객이 몇 %나 남는지 표로 보입니다
"우리 고객들, 사고 나서 다시 오긴 하나요?"
한 대표님이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지난 1월에 처음 산 손님들, 지금 몇 분이나 다시 사셨어요?" 대표님은 답을 못 하셨습니다. "그건 세어 본 적이 없네요."
대부분의 사장님이 여기서 막힙니다. 재구매가 중요한 건 압니다. 그런데 우리 고객이 실제로 몇 퍼센트나 다시 오는지는 숫자로 본 적이 없습니다. 감으로는 "좀 오는 것 같은데" 정도입니다.
재구매율 하나를 뭉뚱그려 보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이번 달 재구매율 20%. 이 숫자로는 어느 손님이, 언제 들어온 손님이, 몇 개월 만에 다시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잔존표가 필요합니다.
이 글이 끝나면 손에 남는 것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손에 표 하나가 남습니다. 몇 월에 처음 산 고객이 1개월 뒤, 2개월 뒤, 3개월 뒤에 몇 퍼센트나 다시 샀는지 보여주는 표입니다. 이걸 잔존표, 또는 코호트 리텐션 표라고 부릅니다.
코호트는 같은 시기에 들어온 고객 묶음을 말합니다. 리텐션은 그 묶음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뜻합니다. 즉 잔존표는 1월에 온 손님, 2월에 온 손님을 따로 묶어서, 각 묶음이 시간이 지나며 얼마나 다시 사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표입니다.
엑셀만 있으면 됩니다. 새 프로그램도, 개발자도 필요 없습니다. 30분이면 첫 표가 나옵니다. 글 안에서 스텝별로 그리는 법과 다 그린 예시 표를 함께 드립니다.
이 표 한 장이면 그동안 감으로만 알던 것이 눈앞에 놓입니다. 어느 달 손님이 좋은지, 언제 떠나는지, 한 명이 평생 얼마를 쓰는지가 한 화면에 들어옵니다. 재구매를 말로 걱정하던 사장님이, 재구매를 숫자로 관리하는 사장님으로 바뀝니다.
평균 재구매율 하나로는 왜 안 되나
저는 창업 후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진단해 왔습니다. 재구매 문제로 저를 찾는 브랜드는 늘 같은 지점에서 헤맵니다. 평균 하나만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화장품을 파는 한 브랜드의 시트를 열어 봤습니다. 대표님은 재구매율이 25%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잔존표로 펼쳐 보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여름에 들어온 고객은 3개월 뒤에도 잘 남아 있었고, 겨울에 들어온 고객은 한 달 만에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평균 25% 안에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섞여 있었던 겁니다.
이유를 파 보니 겨울 고객은 대부분 대형 할인 행사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싸서 한 번 샀고, 정가로는 다시 안 왔습니다. 여름 고객은 콘텐츠를 보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들이라 관계가 오래갔습니다. 같은 25% 재구매율이지만, 한쪽은 건강한 고객이고 한쪽은 할인만 쫓는 고객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겨울마다 할인으로 신규를 밀어 넣고 있었으니, 밑 빠진 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균은 이런 차이를 다 뭉갭니다. 잘 남는 고객과 금방 떠나는 고객을 하나로 섞어 버립니다. 그러면 어디를 손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잔존표는 이 뭉친 덩어리를 시기별로, 개월 차별로 쪼갭니다. 쪼개는 순간 세 가지 질문에 답이 나옵니다. 어느 시기에 들어온 고객의 질이 좋은가. 고객이 몇 개월 차에 뚝 끊기는가. 그래서 재구매를 유도할 정확한 타이밍은 언제인가.
이 세 가지는 평균 하나로는 절대 안 보입니다. 표로 펼쳐야만 보입니다.
평균 재구매율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재구매율이 낮게 나옵니다. 분모에 첫 구매 손님이 잔뜩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광고를 줄여 신규가 뜸해지면 재구매율이 갑자기 높아 보입니다. 남은 손님이 대부분 단골이라 그렇습니다. 이렇게 평균 재구매율은 광고 상황에 따라 출렁여서, 그 숫자만으로는 브랜드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잔존표는 이 출렁임에서 자유롭습니다. 코호트별로 따로 재기 때문에, 신규가 늘든 줄든 각 묶음의 잔존은 그대로 비교됩니다. 그래서 진짜 추세를 보려면 평균이 아니라 잔존표를 봐야 합니다.
잔존표 그리는 다섯 스텝
지금부터 엑셀로 잔존표를 그립니다. 순서대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 주문 데이터를 내려받습니다. 스마트스토어나 자사몰 관리자에서 주문 내역을 엑셀로 받습니다. 필요한 열은 딱 세 개입니다. 주문일, 고객 식별값, 결제 여부입니다. 고객 식별값은 회원 아이디가 가장 좋고, 없으면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대체합니다. 같은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묶는 열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고객마다 첫 구매월을 구합니다. 고객 식별값을 기준으로, 그 고객의 가장 이른 주문일을 찾습니다. 엑셀에서는 MINIFS 함수를 씁니다. 그 첫 주문일이 속한 월이 그 고객의 코호트입니다. 1월에 처음 산 사람은 1월 코호트, 3월에 처음 산 사람은 3월 코호트가 됩니다. 한번 정해진 코호트는 그 고객에게 평생 붙습니다.
- 각 주문이 첫 구매월로부터 몇 개월 차인지 계산합니다. 주문월에서 첫 구매월을 뺍니다. 첫 구매가 1월인 고객이 3월에 또 샀다면 2개월 차입니다. 이걸 모든 주문에 대해 계산합니다. 첫 구매 자체는 0개월 차입니다.
- 피벗 테이블을 만듭니다. 행에는 첫 구매월, 열에는 경과 개월 수, 값에는 고유 고객 수를 넣습니다. 그러면 각 코호트가 0개월, 1개월, 2개월 차에 각각 몇 명이 샀는지 표로 나옵니다.
- 비율로 바꿉니다. 각 칸의 고객 수를 그 코호트의 신규 고객 수, 즉 0개월 차 인원으로 나눕니다. 1월 코호트가 100명인데 1개월 차에 18명이 샀다면 18%입니다. 이 비율 표가 바로 잔존표입니다.
여기까지가 다섯 스텝입니다. 처음 한 번이 어렵지, 한 번 틀을 만들어 두면 다음 달부터는 새 주문 데이터만 붙여 넣으면 표가 갱신됩니다. 월말마다 5분이면 됩니다.
한 가지 실수를 미리 막아 드립니다. 사람 수를 셀 때 주문 건수가 아니라 고유 고객 수로 세야 합니다. 한 손님이 한 달에 두 번 사도 그 코호트의 그 달 재구매 인원은 한 명입니다. 주문 건수로 세면 잔존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집니다. 피벗에서 값을 넣을 때 개수가 아니라 고유 개수로 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아직 시간이 덜 지난 코호트의 빈칸은 비워 둡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처음 산 고객은 3개월 후 칸을 채울 수 없습니다. 시간이 안 지났으니까요. 이 빈칸을 0%로 착각하면 최근 코호트가 나쁜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 안 나온 숫자와 진짜 0은 다릅니다.
다 그리면 이렇게 나옵니다
숫자를 채운 예시 잔존표를 보여드립니다. 세로는 첫 구매월, 가로는 그 뒤로 몇 개월이 지났는지입니다.
| 첫 구매월 | 신규 고객 | 1개월 후 | 2개월 후 | 3개월 후 |
|---|---|---|---|---|
| 1월 | 100명 | 18% | 9% | 6% |
| 2월 | 120명 | 21% | 12% | 8% |
| 3월 | 95명 | 14% | 7% | 4% |
| 4월 | 130명 | 24% | 15% | 11% |
이 표 한 장이 감으로 뭉쳐 있던 재구매를 전부 펼쳐 보여줍니다.
잔존표 읽는 법 세 가지
표를 그렸으면 이제 읽어야 합니다. 읽는 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세로로 읽어 고객의 질을 비교합니다. 같은 1개월 후 칸을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4월 코호트는 1개월 후 24%가 남았는데, 3월 코호트는 14%뿐입니다. 4월에 들어온 손님이 3월에 들어온 손님보다 질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물어야 합니다. 4월엔 어디로 광고했지. 무슨 이벤트를 했지. 어떤 상품으로 첫 구매를 유도했지. 잘 남는 고객이 들어온 경로를 찾아 거기에 예산을 더 실으면 됩니다. 이 판단은 K-01(광고비 얼마까지 써야 하나)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신규 고객 수가 아니라 잔존율로 채널을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신규를 많이 데려온 채널이 아니라, 오래 남는 손님을 데려온 채널이 진짜 좋은 채널입니다. 잔존표는 그 둘을 구분해 줍니다.
둘째, 가로로 읽어 이탈 시점을 찾습니다. 한 코호트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따라갑니다. 1월 코호트는 18%에서 9%로, 다시 6%로 떨어집니다. 1개월과 2개월 사이에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이 뚝 끊기는 구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손님이 떠나기 직전, 그러니까 1개월 차 근처가 재구매를 유도할 정확한 타이밍입니다. 그 시점에 맞춰 문자나 알림, 쿠폰을 보내야 합니다. 떠난 뒤에 보내면 늦습니다.
많은 사장님이 CRM 문자를 아무 때나 보냅니다. 월초에 한 번, 생각날 때 한 번. 그런데 잔존표를 보면 문자를 언제 보내야 하는지가 정해집니다. 잔존이 꺾이기 직전이 그 시점입니다. CRM은 고객관계관리, 쉽게 말해 이미 산 손님과 관계를 이어가는 활동입니다. 잔존표는 그 CRM을 감이 아니라 날짜로 바꿔 줍니다. 같은 쿠폰을 보내도 타이밍이 맞으면 반응이 몇 배 다릅니다.
셋째, 표 전체로 고객 생애 가치를 가늠합니다. 고객 생애 가치, 즉 LTV는 한 고객이 떠날 때까지 우리에게 쓰는 총액입니다. 잔존표가 있으면 이걸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규 100명 중 1개월 후 18명, 2개월 후 9명, 3개월 후 6명이 다시 산다면, 한 명의 신규 고객이 평균 몇 번 더 사는지 감이 잡힙니다. 이 재구매 횟수에 객단가와 공헌이익을 곱하면, 고객 한 명이 평생 얼마를 남기는지 나옵니다. 이 숫자는 F-02(한 개 팔면 남는 돈부터, 공헌이익)와 곧장 연결됩니다.
LTV가 잡히면 광고 한계선이 올라갑니다
이 마지막이 실무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듭니다.
첫 구매 하나만 보면, 광고비는 그 한 번의 공헌이익 안에서만 써야 합니다. 그런데 잔존표로 재구매가 확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명이 평생 세 번, 네 번 산다는 게 숫자로 잡히면, 첫 구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구매에서 회수된다는 계산이 섭니다.
즉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데 쓸 수 있는 돈의 상한이 올라갑니다. 첫 구매 공헌이익이 15,000원이라도, 그 고객이 평생 45,000원을 남긴다면 신규 획득에 2만 원, 3만 원을 써도 됩니다. 경쟁사가 첫 구매 공헌이익만 보고 광고비를 아낄 때, 잔존표를 가진 사장님은 더 공격적으로 신규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이게 잔존표의 진짜 힘입니다. 재구매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광고를 얼마나 세게 밟아도 되는지의 한계선 자체를 바꿔 놓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잔존표는 상품이나 콘텐츠를 고칠 우선순위도 정해 줍니다. 잔존이 낮은 코호트가 어느 상품으로 첫 구매를 했는지 되짚어 보면, 재구매를 못 만드는 첫 상품이 드러납니다. 그 상품은 신규를 데려오긴 해도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 미끼일 뿐입니다. 반대로 잔존이 높은 코호트의 첫 상품은 브랜드의 진짜 입구입니다. 그 입구를 광고 전면에 세우면 들어온 손님이 더 오래 남습니다. 잔존표 하나로 광고 예산, CRM 타이밍, 첫 상품 선택까지 한 번에 정리되는 겁니다.
견과류 스낵을 파는 정기배송 쇼핑몰 이야기
견과류 스낵을 정기배송하는 한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신규 고객을 늘리려고 광고비를 계속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출은 제자리였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잔존표를 그렸습니다.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신규 고객의 1개월 후 잔존은 20% 안팎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개월 차에서 9%로, 3개월 차에서 4%로 급락했습니다. 첫 재구매는 하는데, 두 번째 재구매의 문턱을 못 넘고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두 번째 배송 즈음 지난달 견과가 아직 뜯지도 않은 채 남아도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먹는 속도보다 배송 주기가 빨랐던 겁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했습니다. 배송 주기를 고객이 직접 조절할 수 있게 열었습니다. 그리고 1개월 차 잔존이 꺾이기 직전, 즉 첫 배송 3주 차에 견과 보관법과 하루 한 줌 섭취 팁을 담은 알림을 보내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석 달 뒤 2개월 차 잔존이 9%에서 17%로 올라갔습니다. 신규를 더 데려온 게 아닙니다. 이미 데려온 손님이 한 번 더 머물게 했을 뿐입니다. 밑 빠진 독의 구멍이 어디였는지, 잔존표가 정확히 짚어 준 겁니다.
숫자가 바뀌자 광고도 바뀌었습니다. 한 명이 평생 남기는 돈이 커지니, 신규 한 명을 데려오는 데 쓸 수 있는 돈의 상한이 올라갔습니다. 대표님은 그동안 무서워서 못 밟던 광고를 다시 밟기 시작했습니다. 밑 빠진 독을 막았더니, 물을 더 부어도 되는 독이 된 겁니다. 대표님이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걸 진작 그려 봤어야 했네요." 없던 손님을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손님이 어디서 새는지를 표가 드러냈을 뿐입니다.
마무리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평균 재구매율 하나로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시기별, 개월 차별로 쪼갠 잔존표가 있어야 재구매가 보입니다.
둘째, 잔존표는 세로로 읽어 고객의 질을, 가로로 읽어 이탈 시점을, 전체로 고객 생애 가치를 알려줍니다.
셋째, 재구매가 숫자로 잡히면 신규 고객에 쓸 수 있는 광고비 한계선이 올라갑니다. 잔존표는 재구매를 걱정에서 관리로 바꿔 놓습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주문 데이터를 엑셀로 내려받아, 최근 넉 달 치만 가지고 첫 잔존표를 그려 보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넉 달 코호트만 그려도 어느 달 손님이 잘 남고, 몇 개월 차에 끊기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 번에 완성하려 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1스텝, 데이터 세 열만 정리해도 절반은 온 겁니다. 내일 피벗을 돌리고, 모레 비율로 바꾸면 됩니다. 중요한 건 표를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고객이 몇 개월 차에 떠나는지 그 한 칸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표가 손에 들어오면 다음으로 넘어가십시오. D-02(우리 재구매 주기 재기, 엑셀 3스텝)로 재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재고, K-01(광고비 얼마까지 써야 하나)로 신규 획득 예산의 상한을 다시 잡고, F-02(한 개 팔면 남는 돈부터, 공헌이익)로 고객 한 명이 평생 남기는 돈을 계산하십시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