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했는데 왜 안 남을까, 착시 3가지
이번 할인이 어느 착시에 해당하는지 판정됩니다
행사 마지막 날 밤입니다. 정산서를 엽니다. 매출 숫자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이번 달 신기록입니다.
그런데 통장을 봅니다. 남은 돈은 평소와 비슷합니다. 어떤 달은 오히려 적습니다. 분명히 더 많이 팔았는데 손에 쥔 게 없습니다.
직원들은 잘했다고 말합니다. 매출 그래프는 하늘로 솟아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혼자만 압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요.
이 느낌은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안 남은 겁니다. 할인은 매출을 부풀리면서 이익을 조용히 갉아먹습니다. 문제는 그게 세 가지 다른 얼굴로 온다는 것입니다.
이 글이 끝나면 손에 남는 것
이번에 하신 할인이 어느 착시에 해당하는지 판정됩니다. 매출 착시인지, 수요 선점 착시인지, 총비용 착시인지. 셋 중 하나로 이름이 붙습니다.
이름이 붙으면 다음 행사가 달라집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정산서를 옆에 펴 두고 읽으십시오. 오늘 바로 검산합니다.
계정을 열기 전에는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창업 후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봤습니다. 할인 행사 뒤에 사장님이 저를 부르는 이유는 거의 같습니다. "이번에 정말 많이 팔았는데 왜 통장이 비어 있죠?"
지난달에도 그런 계정을 하나 열었습니다. 한 골프웨어 셀러였습니다. 행사 매출이 평소의 세 배였습니다. 시트를 열어 공헌이익으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남은 돈은 평소의 0.8배였습니다. 세 배 팔고 덜 남긴 겁니다. 사장님은 그 숫자를 보고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이건 그 사장님만의 일이 아닙니다. 할인의 함정은 구조가 똑같습니다. 그래서 검산도 똑같이 됩니다.
왜 우리 눈은 매출에 속을까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화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가장 큰 글씨로 뜨는 건 매출입니다. 방문자 수, 주문 건수, 매출액. 전부 클수록 좋아 보이는 숫자들입니다. 그런데 그 화면 어디에도 공헌이익은 없습니다. 남는 돈은 사장님이 따로 계산해야만 보입니다.
사람의 뇌는 눈앞의 큰 숫자에 닻을 내립니다. 매출이 두 배가 되면 성공했다고 느낍니다. 그 느낌은 화면이 만든 겁니다. 관리자 화면은 매출을 보여 주도록 설계됐지, 이익을 보여 주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할인은 손님에게도 사장님에게도 기분이 좋습니다. 주문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립니다. 재고가 빠르게 나갑니다. 바쁘면 잘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쁜 것과 남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작년 같은 행사와 비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작년에도 착시였다면, 착시를 기준으로 삼는 셈입니다. 비교의 기준은 늘 평소 공헌이익이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할인 없는 나와 비교하십시오.
그래서 검산이 필요합니다. 기분과 화면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 숫자가 공헌이익입니다.
먼저, 공헌이익부터 맞춥니다
착시를 걷어내려면 기준 하나가 필요합니다. 공헌이익입니다.
공헌이익은 물건 하나를 더 팔 때 손에 실제로 남는 돈입니다. 판매가에서 그 하나에 따라붙는 변동비를 뺀 값입니다. 변동비는 원가, 카드 수수료, 포장비, 택배비처럼 팔릴 때마다 나가는 돈입니다. 임대료나 월급은 여기 넣지 않습니다. 그건 팔든 안 팔든 나가니까요.
예를 하나 고정하겠습니다. 판매가 30,000원, 변동비 21,000원인 상품입니다. 공헌이익은 9,000원입니다. 이익률로는 30%입니다. 이 숫자를 계속 쓰겠습니다.
이제 세 가지 착시를 하나씩 해부합니다.
착시 1. 매출 착시: 매출은 늘고 마진은 준다
가장 흔한 착시입니다. 매출 그래프만 보면 성공한 행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남은 돈은 줄어 있습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평소에 이 상품을 하루 100개 팝니다. 공헌이익은 9,000원 곱하기 100개, 하루 90만 원입니다.
행사로 20%를 할인합니다. 판매가가 24,000원이 됩니다. 변동비 21,000원은 그대로입니다. 원가가 할인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면 공헌이익은 3,000원으로 쪼그라듭니다. 9,000원에서 3,000원으로, 3분의 1토막입니다.
행사날 250개를 팔았습니다. 평소의 2.5배입니다. 대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공헌이익은 3,000원 곱하기 250개, 75만 원입니다. 평소 90만 원보다 15만 원 적습니다.
매출은 3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남은 돈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게 매출 착시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장님이 이렇게 반박합니다. "그래도 마진율은 지켰는데요." 이게 두 번째 함정입니다. 마진율(퍼센트)이 아니라 마진 총액(원)을 보셔야 합니다. 퍼센트는 안심을 주고, 총액은 진실을 줍니다. 팔릴수록 남는 돈이 줄어드는 행사도 마진율 표만 보면 멀쩡해 보입니다.
한 줄 자가진단: 이번 행사 공헌이익 총액이 같은 기간 평소보다 큰가. 작으면 매출 착시입니다.
착시 2. 수요 선점 착시: 어차피 살 사람이 미리 샀다
두 번째는 더 교묘합니다. 행사 주에는 분명히 많이 팔립니다. 그런데 그 손님 중 상당수는 원래 다음 주, 다음 달에 살 사람이었습니다. 할인이 그 구매를 앞으로 당겨 온 것뿐입니다.
판별법이 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2주에서 3주, 매출이 평소보다 꺼지는지 보십시오. 꺼진다면 미래 매출을 당겨 쓴 겁니다.
정확히 보려면 6주를 합산합니다. 행사 주를 가운데 두고, 앞과 뒤를 넉넉히 잡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평소 주간 매출은 300만 원입니다. 행사가 없었다면 6주에 1,800만 원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행사 주에 800만 원을 팔았습니다. 그 뒤 3주는 각각 150만 원으로 꺼졌습니다. 남은 2주는 300만 원으로 돌아왔습니다. 6주 합계는 1,850만 원입니다.
행사를 크게 했는데 6주 순증은 50만 원입니다. 그 50만 원도 할인가에 판 것이라 마진이 얇습니다.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미래의 정가 매출을 할인가로 바꿔 판 셈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6주 순증이 컸다면 그건 착시가 아닙니다. 진짜로 새 수요를 만든 겁니다. 특히 그 순증이 신규 고객에게서 나왔다면 좋은 행사입니다. 그러니 순증을 볼 때 신규와 기존을 나눠 보십시오. 기존 고객이 미리 산 것뿐이면 선점 착시, 신규가 늘어 순증이 났다면 진짜 성장입니다.
검산 절차는 이렇습니다. 행사 전 3주 매출을 적습니다. 행사 주와 행사 후 3주 매출을 적습니다. 행사가 없었을 때의 예상치(평소 주간 매출 곱하기 6)와 실제 6주 합계를 비교합니다. 차이가 작으면 수요 선점 착시입니다.
한 줄 자가진단: 행사 뒤 3주 매출이 평소보다 꺼졌는가. 꺼졌으면 선점 착시입니다.
착시 3. 총비용 착시: 할인에 광고비까지 얹으면 적자
세 번째는 광고를 함께 돌리는 브랜드가 잘 빠지는 함정입니다. 할인만 계산하고 광고비를 빼먹습니다.
행사는 알려야 팔립니다. 그래서 광고비가 붙습니다. 이 돈까지 넣어야 진짜 손익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행사로 추가 매출 300만 원이 났다고 합시다. 추가로 남은 공헌이익은 60만 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플러스입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알리려고 광고비를 80만 원 썼습니다. 진짜 손익은 60만 원 빼기 80만 원, 마이너스 20만 원입니다. 팔수록 손해였던 겁니다.
광고비만이 아닙니다. 할인 행사에는 숨은 비용이 더 붙습니다. 주문이 몰리면 CS 문의가 늘고, 배송이 밀리고, 늦은 배송은 별점을 깎습니다. 몰려서 산 고객 중 일부는 반품합니다. 반품은 왕복 배송비와 재포장 비용을 남깁니다. 이 비용들은 정산서에 바로 안 잡혀서 더 위험합니다.
검산은 이렇게 합니다. 행사로 늘어난 공헌이익을 적습니다. 그 행사에 직접 들어간 광고비, 쿠폰 비용, 사은품 원가를 모두 더해 적습니다. 앞 숫자가 뒤 숫자보다 크지 않으면, 그 행사는 돈을 태운 겁니다.
한 줄 자가진단: 행사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빼고도 추가 공헌이익이 남는가. 안 남으면 총비용 착시입니다.
세 착시 검산표
세 가지를 한 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정산서를 보며 그대로 채워 넣으십시오.
| 착시 | 겉으로 보이는 신호 | 확인할 숫자 | 판정 기준 |
|---|---|---|---|
| 매출 착시 | 매출이 신기록 | 행사 공헌이익 총액 vs 평소 공헌이익 총액 | 행사 쪽이 작으면 착시 |
| 수요 선점 착시 | 행사 주에 판매 폭발 | 6주 합계 vs (평소 주간 매출 곱하기 6) | 순증이 작으면 착시 |
| 총비용 착시 | 할인만 보면 흑자 | 추가 공헌이익 vs (광고비 더하기 쿠폰 더하기 사은품 원가) | 비용이 더 크면 착시 |
세 칸을 다 채우면 이번 행사에 이름이 붙습니다. 하나에 걸렸다면 다음엔 그 하나를 고치면 됩니다. 둘 이상에 걸렸다면, 그 행사는 애초에 하면 안 되는 행사였습니다.
그래도 할인이 옳은 경우 세 가지
오해는 마십시오. 할인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착시인 줄 모르고 반복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다음 세 경우는 위 검산에서 손해가 나와도 정당합니다.
첫째, 재고 소진입니다. 유통기한이 다가오거나 시즌이 지나면 그 재고는 곧 0원이 됩니다. 폐기하면 원가만큼 순수한 손실입니다. 이럴 때는 30%를 깎아서라도 현금으로 바꾸는 게 낫습니다. 판정 기준은 이겁니다. 안 팔면 이 재고의 가치가 사라지는가. 그렇다면 할인이 맞습니다.
둘째, 신규 고객의 첫 경험입니다. 한 번 써 보면 다시 사는 상품이 있습니다. 이때 첫 구매의 할인은 미래 재구매로 회수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 신규 고객이 3개월 안에 정가로 다시 사는지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재구매가 없다면 그냥 싸게 판 것뿐입니다.
셋째, 대목 방어입니다. 큰 세일 시즌에는 경쟁사가 전부 할인합니다. 이때 나만 정가면 검색 결과와 장바구니에서 밀려납니다. 매출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할인입니다. 이건 버는 할인이 아니라 안 뺏기는 할인입니다. 목적이 다르니 검산 기준도 이익이 아니라 점유율입니다.
이 세 경우가 아니라면, 할인은 대체로 착시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습관처럼 거는 할인이 가장 위험합니다.
반복되는 할인의 진짜 비용: 정가가 무너진다
세 착시 말고 더 긴 비용이 하나 있습니다. 정가에 대한 신뢰입니다.
할인을 자주 하면 고객은 그걸 학습합니다. 이 브랜드는 곧 또 세일한다. 그러면 정가에 사던 사람도 세일을 기다립니다.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할인 알림을 기다립니다. 결국 정가 판매가 줄고, 매출의 점점 더 큰 몫이 할인가로 넘어갑니다.
이건 한 번의 정산서에는 안 잡힙니다. 반년, 1년에 걸쳐 서서히 옵니다. 정가로 팔리던 비율이 조용히 낮아집니다. 어느 순간 정가는 이름뿐이고, 실제로는 늘 할인가로만 팔립니다.
그래서 할인은 횟수와 주기를 관리해야 합니다. 예측 가능한 정기 세일이 특히 위험합니다. 매달 말 세일을 하면 고객은 매달 초에 사지 않습니다. 할인을 하더라도 시점을 불규칙하게, 이유를 분명하게 붙이십시오. 이유 없는 할인이 정가를 가장 빨리 무너뜨립니다.
사례: 한 골프웨어 브랜드의 정산서
한 골프웨어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골프 셔츠와 바지를 파는 스마트스토어였습니다. 분기마다 대형 할인을 했습니다. 매출은 매번 신기록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을 결산하니 통장에 남은 게 없었습니다.
시트를 열었습니다. 공헌이익으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세 착시가 전부 있었습니다. 20% 할인에 원가는 그대로라 공헌이익이 반토막이었습니다. 매출 착시입니다. 행사 뒤 3주는 늘 매출이 꺼졌습니다. 수요 선점 착시입니다. 게다가 행사마다 광고비를 크게 태웠습니다. 총비용 착시까지 겹쳐 있었습니다.
처방은 단순했습니다. 분기 대형 할인을 없앴습니다. 대신 시즌이 지나는 이월 상품에만 재고 소진 할인을 붙였습니다. 신제품은 첫 구매 고객에게만 쿠폰을 줬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재구매율을 확인했습니다.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쿠폰은 곧바로 끊었습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분기 행사 때 매출이 6천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공헌이익으로 따지면 평소 분기보다 오히려 300만 원이 적었습니다. 행사 광고비 500만 원은 별도였습니다. 처방을 적용한 뒤 분기 매출은 4천5백만 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공헌이익은 예전 행사 분기보다 700만 원이 많았습니다. 화려함을 버리고 남는 돈을 챙긴 겁니다.
1년 뒤 매출 그래프는 예전보다 덜 화려했습니다. 신기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산 통장에는 처음으로 돈이 남았습니다. 광고비는 줄었고, 반품과 CS 문의도 함께 줄었습니다.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신기록을 산 거였네요."
다음 행사 전에 던질 한 질문
다음에 할인 배너를 만들기 전에 스스로 한 가지만 물으십시오. 이 할인이 없으면 이 매출은 사라지는가, 아니면 미뤄질 뿐인가.
사라지는 매출이면 할인은 그걸 살리는 겁니다. 재고 소진과 대목 방어가 여기 해당합니다. 미뤄질 뿐인 매출이면 할인은 그냥 정가 매출을 할인가로 바꾸는 겁니다. 돈을 주고 매출을 앞당기는 것뿐입니다.
이 질문 하나가 습관성 할인의 절반을 걸러 줍니다. 답이 미뤄질 뿐이면, 그 할인은 대개 안 하는 게 맞습니다.
마무리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할인의 성패는 매출이 아니라 공헌이익 총액으로 봅니다. 둘째, 행사 뒤 6주를 합산해 순증이 있었는지 보고, 광고비까지 넣어 진짜 손익을 계산합니다. 셋째, 재고 소진과 신규 첫 경험과 대목 방어. 이 셋만 검산 손실을 눈감아 줍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 행사 하나를 골라 위의 검산표 세 칸을 채우십시오. 이름이 붙을 겁니다.
할인율 자체를 숫자로 정하고 싶다면, 다음 처방전 I-02 "할인하면 몇 개 더 팔아야 본전인가"를 보십시오. 공헌이익 계산이 아직 낯설다면 F-02 "한 개 팔면 남는 돈부터, 공헌이익"이 먼저입니다. 할인 말고 다른 카드가 궁금하시면 I-03 "할인 대신 쓰는 카드"로 가십시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