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믿고 맡겨도 되나 (체크 10)
지금 대행사를 믿어도 되는지 판정됩니다
지난주에도 한 대표님의 광고 계정을 열었습니다. 화면에는 노출 480만, 클릭 3만 2천이 떠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매출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 대표님은 대행사 보고서를 여섯 달째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섯 달 동안, 광고비가 정확히 얼마를 벌어다 줬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행사도, 대표님도 몰랐습니다.
혹시 지금 이 카드를 펴신 이유가 비슷하지 않으신가요. 매달 보고서는 옵니다. 숫자도 화려합니다. 그런데 통장은 그만큼 두툼해지지 않습니다.
대행사에 물어보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노출이 늘었습니다." "반응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갈아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밤에 계약서를 다시 꺼내 읽어 보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서도 쉽게 끊지 못합니다. 그동안 쌓인 정도 있고, 새로 알아보는 일도 막막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대행사가 정말 문제인지, 아니면 내 기대가 과한 건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감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손에 남는 것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지금 대행사를 믿어도 되는지 판정됩니다.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점수로 나옵니다.
체크 10문항을 그대로 드립니다. 오늘 노트북 열고 보고서 하나만 옆에 두면 15분 안에 채점이 끝납니다. 8점 이상이면 유지, 5에서 7이면 재협상, 4 이하면 이전 준비입니다.
대행사를 미워하자는 글이 아닙니다. 좋은 대행사는 사장님이 못 하는 일을 대신 해 주는 귀한 파트너입니다. 다만 지금 그 자리에 앉은 곳이 좋은 곳인지, 숫자로 확인하자는 겁니다. 10분이면 됩니다. 대신 오늘 바로 채점합니다.
저는 계정을 200번 넘게 열었습니다
저는 창업 후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광고 계정과 매출 시트를 직접 열어 진단해 왔습니다. D2C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셀러, 로컬 서비스업, B2B 제조사까지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그 안에서 한 가지 패턴을 봤습니다. 나쁜 대행사는 대부분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 상품을 팔아 본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배우면서, 우리 돈으로 실험하고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좋은 대행사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안 된 것을 먼저 말했습니다. 자기가 끈 캠페인을 스스로 보고했습니다. 성과가 나쁜 주에는 변명 대신 다음 가설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그 태도 하나로 좋은 곳을 골라냅니다.
아래 10문항은 그 눈을 문항으로 옮긴 것입니다. 대단한 비법이 아닙니다. 계정을 200번 열면서 "이런 곳은 반드시 성과가 났다"는 신호를 모은 것뿐입니다.
왜 사장님은 판단을 못 하게 되는가
이유는 하나입니다. 보고서가 "노출"과 "클릭"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노출은 광고가 화면에 뜬 횟수입니다. 클릭은 눌린 횟수입니다. 둘 다 늘리기 쉽습니다. 광고비만 더 넣으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이 숫자는 위로는 되지만 판단의 근거는 못 됩니다.
사장님이 진짜 알아야 할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광고비 100만 원을 넣어서 매출이 얼마 나왔는가. 몇 명이 실제로 결제했는가. 이걸 ROAS라고 부릅니다. ROAS는 광고비 대비 매출 배수입니다. 100만 원 써서 300만 원 팔았으면 ROAS 3.0입니다.
보고서 첫 장에 이 숫자가 없다면, 사장님은 눈을 가린 채 돈을 쓰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 판단이 안 서는 게 당연합니다. 사장님 탓이 아닙니다. 보여준 지표가 판단을 못 하게 설계돼 있었을 뿐입니다.
여기에 위임의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장님은 광고를 맡겼으니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행사는 사장님이 안 보니까 편한 지표만 보냅니다. 이 두 마음이 만나면, 아무도 매출을 안 보는 계정이 완성됩니다. 계정을 200번 열면서 이 조합을 가장 자주 봤습니다. 위임은 방치가 아닙니다. 맡기되, 매달 15분은 반드시 사장님이 직접 채점하셔야 합니다.
채점에 들어가기 전에 오해 하나만 풀겠습니다. 점수가 낮다고 무조건 나쁜 대행사는 아닙니다. 반대로 점수가 높은데 매출이 안 나오면, 문제는 상품이나 가격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10문항은 대행사를 벌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 짚어 주는 도구입니다.
처방: 대행사 신뢰 체크 10문항
지금부터 10문항입니다. 각 문항마다 통과 기준과, 그게 왜 중요한지를 붙였습니다. 통과면 1점, 아니면 0점으로 세어 주세요.
- 매출·전환 숫자가 있는가
통과: 보고서 첫 장에 ROAS나 결제 건수가 있다.
탈락: 노출과 클릭만 있고 매출 칸이 없다.
왜: 매출을 안 보여주는 보고서는 판단이 아니라 위로용입니다. - 우리 업종을 팔아 본 적 있는가
통과: 포트폴리오에 우리와 객단가가 비슷한 상품 사례가 하나라도 있다.
탈락: 전부 다른 업종, 다른 가격대다.
왜: 5만 원 상품과 50만 원 상품은 파는 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 광고 계정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는가
통과: 광고 계정이 우리 명의이고, 우리가 관리자 권한을 가진다.
탈락: 대행사 계정 안에 우리 캠페인이 얹혀 있다.
왜: 이게 대행사 것이면, 헤어지는 날 모든 데이터가 함께 사라집니다. - 소재에 근거가 붙어 있는가
통과: "이 소재는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판다"가 한 줄이라도 적혀 온다.
탈락: 예쁜 이미지만 오고, 왜 만들었는지 설명이 없다.
왜: 근거 없는 소재는 잘돼도 왜 됐는지 모릅니다. 반복이 안 됩니다. - 안 된 것을 먼저 보고하는가
통과: 성과 나쁜 캠페인을 스스로 짚고 "이건 끄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탈락: 좋은 것만 골라 보여준다.
왜: 안 된 것을 숨기는 곳은 사장님 돈으로 손실을 오래 끕니다. - KPI가 계약서에 숫자로 있는가
KPI는 무엇으로 잘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통과: 계약서에 "ROAS 3.0 유지" 같은 숫자 목표가 적혀 있다.
탈락: "최선을 다한다"만 있다.
왜: 숫자 목표가 없으면 성공과 실패의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 담당자가 6개월 새 바뀌지 않았는가
통과: 처음 계약한 담당자가 지금도 우리 계정을 만진다.
탈락: 반년 새 담당이 두 번 바뀌었다.
왜: 담당이 바뀔 때마다 우리 브랜드 학습이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 질문에 48시간 안에 답이 오는가
통과: 메일이나 메신저로 물으면 이틀 안에 답이 온다.
탈락: 사흘 넘게 읽고도 답이 없다.
왜: 응답 속도는 그 대행사가 우리를 몇 순위로 두는지 보여줍니다. - 증액 권유에 근거 숫자가 있는가
통과: "지금 ROAS가 3.5니까 200만 원 더 넣으면 이만큼 더 번다"는 계산이 붙는다.
탈락: "요즘 반응 좋으니 올리시죠"만 있다.
왜: 근거 없는 증액 권유는 대행사 수수료를 올리는 말일 때가 많습니다. - 해지 조건과 데이터 반환이 명시돼 있는가
통과: 계약 종료 시 광고 계정, 픽셀 데이터, 소재 원본을 돌려받는 조건이 계약서에 있다.
탈락: 그런 조항이 없다.
왜: 이 조항이 없으면 헤어질 때 사장님이 인질이 됩니다.
세어 보신 점수를 아래 표에 대입하십시오. 판정과 오늘 할 행동이 나옵니다.
| 통과 개수 | 판정 | 오늘 할 행동 |
|---|---|---|
| 8 ~ 10개 | 유지 | 좋은 파트너입니다. 목표만 재확인하세요. |
| 5 ~ 7개 | 재협상 | 부족한 항목을 문서로 요구하세요. |
| 4개 이하 | 이전 준비 | 갈아탈 때입니다. 아래를 챙기세요. |
점수가 낮게 나와도 놀라지 마십시오. 대부분의 사장님이 처음 채점하면 5점 근처입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5에서 7점이라면, 헤어지기 전에 재협상부터
이 구간이 가장 아깝습니다. 실력은 있는데 관리가 느슨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갈아타는 비용을 생각하면, 요구부터 하는 게 이득일 때가 많습니다.
재협상은 감정이 아니라 목록으로 합니다. 탈락한 항목만 뽑아 문장으로 적으세요. "다음 달 보고서부터 첫 장에 ROAS를 넣어 주세요." "증액 제안은 예상 매출 계산과 함께 주세요." "계약서에 해지 시 데이터 반환 조항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문서로 요구하면 두 가지가 드러납니다. 좋은 곳은 곧바로 응합니다. 실력이 없는 곳은 여기서 말이 흐려집니다. 그 반응 자체가 다음 달의 답입니다.
기한도 함께 정하세요. "다음 정기 보고서부터"라고 날짜를 박으면, 지킬 곳과 못 지킬 곳이 한 달 안에 갈립니다. 재협상은 협박이 아니라, 파트너에게 잘할 기회를 한 번 주는 절차입니다. 그 기회를 어떻게 쓰는지가 유지와 이전을 가릅니다.
이전을 준비한다면, 이 네 가지부터 손에 쥐세요
계약을 끝내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정을 떼기 전에 먼저 챙길 게 있습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첫째, 광고 계정 관리자 권한입니다. 우리 명의로 이전받아야 합니다. 이게 대행사 계정 안에 있으면, 나가는 순간 다 사라집니다.
둘째, 픽셀과 전환 데이터입니다. 픽셀은 우리 사이트에 심어 둔, 방문자 행동을 학습한 코드입니다. 이걸 못 받으면 새로 시작하는 곳은 처음부터 학습해야 합니다. 두세 달치 성과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셋째, 소재 원본 파일입니다. 이미지의 PSD, 영상의 원본. 결과물만 있고 원본이 없으면 수정이 안 됩니다.
넷째, 그동안의 성과 리포트 원본입니다. 다음 파트너에게 넘길 지도입니다.
이 네 가지를 요구하는 문장은 정중하되 분명해야 합니다. "계약 종료를 검토 중입니다. 인수인계 목록으로 계정 권한, 픽셀, 소재 원본, 리포트를 지정일까지 전달 부탁드립니다." 이 한 줄이면 됩니다. 이전이 확정되기 전에, 관계가 좋을 때 미리 받아 두는 게 안전합니다.
채점을 마친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반문 세 가지
첫 번째 반문. "숫자는 없지만 사장이랑 사이가 좋은데요." 관계와 성과는 다릅니다. 사이가 좋아도 매출이 안 나오면, 좋은 건 술자리이지 계정이 아닙니다. 관계는 재협상의 자산으로 쓰시고, 채점은 냉정하게 하십시오.
두 번째 반문. "지금 옮기면 그동안 쌓은 게 아깝지 않나요." 아까운 건 옮기는 비용이 아니라, 낮은 ROAS로 새는 매달의 광고비입니다. 4점짜리 대행사를 6개월 더 쓰면, 옮기는 비용보다 훨씬 큰 돈이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세 번째 반문. "우리가 작아서 좋은 대행사가 안 받아 주면요." 작아도 매출 데이터를 열고 목표를 숫자로 주는 발주자는 환영받습니다. 규모보다 협업의 질이 파트너를 부릅니다. 위의 사장님 숙제 네 가지가 그 준비물입니다.
그런데, 좋은 대행사와 일하려면 사장님도 숙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겠습니다. 대행사가 못 파는 이유의 절반은 발주자 쪽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파트너와 일하고 싶으시면 사장님도 네 가지를 내주셔야 합니다.
우리 매출 데이터를 열어 주십시오. 매출을 안 보여주면 대행사는 노출로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를 숫자로 주십시오. "많이 팔아 주세요"가 아니라 "월 결제 300건이 목표입니다"라고요.
응답을 빨리 주십시오. 사장님이 사흘 걸려 답하면, 소재 하나 나가는 데 일주일이 밀립니다.
상품 지식을 넘겨 주십시오. 사장님만 아는 원가, 공정, 진짜 고객의 목소리. 그게 대행사의 무기가 됩니다. 좋은 대행사는 좋은 발주자가 키운다는 말을, 저는 200번의 진단에서 거듭 확인했습니다.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의 이야기
한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매달 광고비 600만 원을 썼습니다. 보고서에는 노출과 클릭만 가득했습니다.
대표님의 하루는 이랬습니다. 매달 5일에 보고서가 옵니다. 노출이 지난달보다 늘었다는 문장을 읽습니다. 기분은 잠깐 좋아집니다. 그런데 정산 시트를 열면 매출은 제자리입니다. 그 간극이 반년 동안 대표님을 잠 못 들게 했습니다.
체크 10문항으로 채점해 보니 3점이었습니다. 매출 숫자 없음, 계정 소유권 대행사, 안 된 캠페인 보고 없음, KPI 없음, 소재 근거 없음. 판정은 이전 준비였습니다. 대표님은 그제야 불안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계정 소유권이 대행사에 있어서, 픽셀 데이터를 넘겨받지 못했습니다. 새로 시작한 곳은 학습을 처음부터 해야 했습니다. 두 달을 헤맸고, 그 두 달간 ROAS가 바닥을 쳤습니다.
그 대표님이 저에게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계약할 때 소유권 한 줄만 봤어도 이 두 달은 없었을 겁니다."
세 달째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우리 명의 계정, 우리가 쥔 픽셀, 매출 기준의 보고서. 새 파트너는 첫 보고서 첫 장에 ROAS를 적어 왔습니다. 성과 나쁜 캠페인 두 개를 스스로 짚어 껐습니다. 대표님은 처음으로 광고비가 어디서 새고 어디서 벌리는지 눈으로 봤습니다.
넉 달째 ROAS는 계약 초기의 두 배를 넘겼습니다. 재구매율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바뀐 건 대행사 실력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이 매출 시트를 열어 주고 목표를 숫자로 준 것, 그것이 절반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하나입니다. 대행사를 바꾸는 힘보다, 계정과 데이터를 내가 쥐고 있는 힘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소유권을 쥔 사장님은 어떤 대행사와 일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무리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대행사 신뢰는 감이 아니라 10문항으로 채점합니다. 둘째, 8점 이상 유지, 5에서 7 재협상, 4 이하 이전 준비입니다. 셋째, 이전이든 유지든 계정 소유권과 픽셀을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 대행사 보고서를 열고, 위 10문항으로 점수를 매겨 보십시오. 15분이면 됩니다. 채점 결과를 캡처해 두면, 다음 달 같은 자리에서 점수가 올랐는지 그대로 비교됩니다. 판정은 한 번이 아니라 매달 반복하는 습관일 때 힘을 냅니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