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과부하일 때 뭘 넘길지, R&R 한 장
지금 넘겨야 할 업무가 1~2개로 좁혀집니다
"사람을 뽑아야 하나 봐요." 지난달 미팅에서 한 대표님이 처음 꺼낸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팀은 세 명인데 할 일은 열 명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뽑기 전에 딱 한 장만 같이 써 보자고 했습니다. 그 한 장을 다 채웠을 때, 대표님은 사람을 안 뽑기로 했습니다. 넘겨야 할 업무가 두 개로 좁혀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카드를 펴신 사장님도 비슷할 겁니다. 팀원들은 야근을 하고, 사장님은 그걸 보며 미안하고, 그런데 매출은 그만큼 안 늘고 있을 겁니다. 새 사람을 뽑자니 고정비가 무섭고, 안 뽑자니 지금 사람들이 무너질 것 같을 겁니다. 회의 때마다 "이거 누가 하지"가 반복되고, 결국 사장님이 다시 떠안았을 겁니다.
누군가 그만두겠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사람이 나가면 그 업무가 통째로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눈치를 보고, 일을 못 시키고, 사장님이 대신 야근을 합니다. 이 상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뽑으면 나아질까 싶다가도, 지금 이 셋도 제대로 못 돌리는데 넷이 된다고 나아질까 하는 의심이 들었을 겁니다. 그 의심이 맞습니다. 사람 수를 바꾸기 전에 배치를 먼저 봐야 합니다.
과부하는 사람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무엇을 누가 하는지, 그게 한 장에 안 보여서 생깁니다. 안 보이면 다 급해 보이고, 다 급해 보이면 아무것도 못 넘깁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지금 당장 넘겨야 할 업무가 한두 개로 좁혀집니다. 팀의 모든 마케팅 업무를 한 장의 표에 눕히고, 넘길 것을 고르는 기준 세 가지를 대고, 어디로 넘길지까지 정합니다. 삼십 분이면 표가 완성됩니다. 사람을 뽑을지 말지는 그 표를 보고 정하시면 됩니다.
저는 조직도보다 시간표를 먼저 봅니다
저는 브랜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200개가 넘는 팀의 일하는 방식을 들여다봤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각자 무슨 일에 몇 시간을 쓰는지 적어 보라고 하면, 절반 넘게 답을 못 했습니다. 무엇이 시간을 잡아먹는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모르면 못 넘깁니다.
한 유산균 브랜드 D2C 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섯 명이 늘 야근했습니다. 시간을 적어 보니, 팀 전체가 주당 스무 시간을 광고 리포트 취합에 쓰고 있었습니다. 판단이 필요 없는, 숫자를 옮겨 붙이는 일이었습니다. 그 스무 시간을 자동화 도구 하나로 없앴습니다. 사람은 한 명도 안 뽑았습니다. 야근이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사람 수가 아니라, 아까운 사람을 안 아까운 일에 쓰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조직도를 먼저 그리지 않습니다. 시간표를 먼저 봅니다. 조직도는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는가'를 보여 주지만, 시간표는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에 시간을 쓰는가'를 보여 줍니다. 자리는 멀쩡한데 시간은 엉뚱한 데 새는 팀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을 더 뽑기 전에, 지금 있는 사람의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사람을 뽑는 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한 번 뽑으면 매달 고정비가 나가고, 안 맞아도 내보내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시간표를 그려 업무를 재배치하는 것은 오늘 당장 할 수 있고, 틀리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습니다. 저는 늘 되돌릴 수 있는 것부터 해 보자고 말합니다. 채용은 그걸 다 해 보고 나서 마지막에 꺼내는 카드입니다.
왜 '바쁘다'는 말로는 아무것도 못 넘기나
사장님이 "요즘 너무 바쁘지"라고 물으면 팀원은 "네, 정신없어요"라고 답합니다. 이 대화로는 아무것도 안 바뀝니다. '바쁘다'는 감정이지 정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넘기려면 감정을 정보로 바꿔야 합니다.
정보로 바꾸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업무를 한 줄씩 쪼개서, 누가 하는지와 몇 시간 걸리는지와 판단이 필요한지를 옆에 적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눈으로 보입니다. 어떤 일은 시간은 많이 잡아먹는데 판단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게 가장 먼저 넘길 일입니다.
사장님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제일 힘든 일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닙니다. 제일 힘든 일은 대개 판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건 넘기기 어렵습니다. 넘겨야 할 것은 힘든 일이 아니라, 판단이 필요 없는데 시간만 잡아먹는 일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넘기면 오히려 내가 더 바빠진다"는 걱정입니다. 인수인계에 드는 시간이 아깝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처음 한 번은 시간이 듭니다. 하지만 그 일을 앞으로 백 번 할 거라면, 한 번의 인수인계로 아흔아홉 번을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넘기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넘기기를 미루는 진짜 이유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하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한데"라는 마음입니다. 사장님이나 오래된 실무자일수록 이 마음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팀을 한 사람에게 묶어 둡니다. 조금 느리고 조금 틀려도 남에게 넘겨 본 팀만이 커집니다. 완벽하게 내가 쥔 일은, 내가 쓰러지면 같이 쓰러집니다.
처방: R&R 한 장 만들기
종이 한 장이나 엑셀 한 탭을 엽니다. 열을 네 개 만듭니다. 업무명, 현재 담당, 주당 소요시간, 판단 필요도입니다. 판단 필요도는 상, 중, 하 세 단계로만 적습니다. '상'은 사장님이나 핵심 인력이 꼭 판단해야 하는 일, '하'는 정해진 절차만 따르면 되는 일입니다. 애매하면 '중'입니다.
주당 소요시간은 정확할 필요 없습니다. 대략의 감으로 적어도 됩니다. 두 시간인지 열 시간인지만 구분되면 충분합니다. 다 적고 나면 사람별로 시간을 합쳐 보십시오. 누가 과부하인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아래는 D2C 쇼핑몰의 마케팅 업무를 실제로 눕혀 본 예시입니다. 사장님 회사의 업무명으로 바꿔서 채우시면 됩니다.
| 업무명 | 현재 담당 | 주당 시간 | 판단 필요도 |
|---|---|---|---|
| 광고 리포트 취합 | 마케터A | 5시간 | 하 |
| 소재(배너·영상) 제작 | 마케터A | 8시간 | 중 |
| 상세페이지 제작 | 디자이너 | 6시간 | 중 |
| 광고 계정 운영·예산 배분 | 마케터A | 4시간 | 상 |
| CS 응대(문의·교환·환불) | 운영B | 10시간 | 중 |
| 리뷰 관리·리뷰 이벤트 | 운영B | 4시간 | 하 |
| SNS 콘텐츠 발행 | 마케터A | 5시간 | 중 |
| CRM 문자·알림톡 발송 | 운영B | 3시간 | 하 |
| 발주·재고 확인 | 운영B | 5시간 | 하 |
| 정산·세금계산서 처리 | 사장 | 3시간 | 하 |
| 신제품 오퍼·가격 설계 | 사장 | 4시간 | 상 |
| 경쟁사·시장 조사 | 마케터A | 3시간 | 중 |
이 표를 다 채우면 세 가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누가 과부하인지는 시간 합이 큰 사람으로 보입니다. 위 예시에서는 마케터A가 주당 스물다섯 시간으로 가장 무겁습니다. 어디에 시간이 새는지는 시간은 큰데 판단 필요도가 낮은 줄로 보입니다. 사장님이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것은 담당이 '사장'으로 적힌 줄로 보입니다. 이 세 가지가 보이면, 다음 결정은 훨씬 쉬워집니다.
여기서 팀원들과 이 표를 같이 채우는 것을 권합니다. 사장님 혼자 짐작으로 적으면 실제와 어긋납니다. 팀원이 직접 자기 시간을 적으면,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첫째, 진짜 숫자가 나옵니다. 둘째, 팀원 스스로 '이 일은 내가 안 해도 되겠다'를 먼저 말하게 됩니다. 위에서 시키는 재배치보다, 본인이 인정한 재배치가 훨씬 순조롭습니다.
넘길 업무를 고르는 기준 세 가지
표를 다 채웠다면, 이제 넘길 줄을 고릅니다.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적용합니다.
- 반복적이고 판단이 불필요한 것부터. 판단 필요도가 '하'인 줄을 먼저 봅니다. 광고 리포트 취합, 리뷰 관리, CRM 발송, 발주 확인이 여기 들어갑니다. 매주 같은 절차를 반복하는 일은 사람이 아니라 문서나 도구가 하는 게 맞습니다. 사람의 판단이 안 들어가는 일에 사람을 쓰는 것은 가장 비싼 낭비입니다.
- 매출 직결도가 낮은 것부터. 판단 필요도가 같다면, 그 일을 멈춰도 이번 주 매출이 흔들리지 않는 쪽을 먼저 넘깁니다. 리포트 취합은 하루 미뤄도 매출이 안 흔들립니다. 오퍼 설계는 하루만 늦어도 매출이 흔들립니다. 매출에 가까운 일일수록 사장님 손에 오래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인수인계 문서화가 쉬운 것부터. 절차를 다섯 줄로 적을 수 있는 일은 넘기기 쉽습니다. 감으로 하던 일은 넘기기 어렵습니다. 문서로 옮기기 쉬운 것부터 넘겨야, 넘긴 뒤에 사고가 안 납니다. 문서화가 안 되는 일을 급하게 넘기면, 넘긴 게 아니라 사고를 예약한 것입니다.
이 세 기준을 통과하는 줄은 대개 한두 개로 좁혀집니다. 위 예시에서는 '광고 리포트 취합'과 'CRM 발송'이 가장 먼저입니다. 반복적이고, 매출에 직결되지 않고, 절차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세 기준을 다 만족하는 줄이 여럿이면,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것부터 넘깁니다. 확보되는 시간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다 넘기려 하지 마십시오. 이번 주에는 딱 하나만 넘깁니다. 하나를 넘겨 자리가 잡히면, 다음 것을 넘깁니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넘기면 받는 쪽이 무너지고, 넘긴 일이 되돌아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이 속도가 결국 가장 빠릅니다. 급할수록 하나씩 넘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어디로 넘길지 매칭
넘길 업무를 골랐으면, 넘길 곳을 셋 중에서 고릅니다.
- 내부 주니어에게. 판단은 조금 필요하지만 배우면 되는 일입니다. 소재 제작, SNS 발행이 여기 맞습니다. 사수가 붙어 이 주만 지나면 손을 뗄 수 있습니다. 넘기면서 주니어도 크고, 선임은 더 중요한 일로 올라갑니다.
- 외주나 대행에게. 전문성은 필요한데 상시로 둘 만큼 양은 아닌 일입니다. 상세페이지 제작, 영상 편집이 여기 맞습니다. 건별로 맡기면 고정비가 안 늘어납니다. 사람을 한 명 더 뽑는 것보다 먼저 검토해야 할 선택입니다.
- 자동화 도구에게. 사람의 판단이 아예 필요 없는 일입니다. 리포트 취합, CRM 발송, 재고 알림이 여기 맞습니다. 도구를 한 번 세팅하면 그 시간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셋 중 가장 남는 장사입니다.
넘길 곳을 고를 때 순서는 자동화, 외주, 내부 주니어입니다. 자동화로 없앨 수 있으면 없애는 게 첫째입니다. 사람 손이 아예 안 가니까요. 자동화가 안 되면 외주로 건별로 맡깁니다. 고정비가 안 늘어납니다. 그것도 안 되면 그때 내부 주니어에게 가르쳐서 넘깁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사람을 늘리지 않고도 넘길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절대 넘기면 안 되는 것도 분명히 해 둡니다. 판단 필요도가 '상'인 줄, 즉 광고 예산 배분과 오퍼·가격 설계입니다. 이건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일입니다. 바빠도 사장님이나 핵심 인력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방향을 남에게 넘기면, 그건 넘긴 게 아니라 회사를 넘긴 것입니다.
넘긴 뒤에는 반드시 점검일을 잡으십시오. 넘긴 날로부터 이 주 되는 날, 그 업무가 잘 굴러가는지 딱 한 번 확인합니다. 이 점검이 없으면 잘못 넘어간 걸 몇 달 뒤에나 알게 됩니다. 반대로 점검일 하나만 잡아 두면, 받은 사람도 '이날까지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기준이 생깁니다. 넘기는 것은 던지는 게 아니라 건네주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섯 명이 늘 야근하던 팀
앞서 말한 유산균 브랜드 D2C 팀의 이야기를 이어 하겠습니다. 다섯 명이 매일 야근했습니다. 대표님은 두 명을 더 뽑을 생각이었습니다. 채용 공고 초안까지 써 둔 상태였습니다. 인건비 계산도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R&R 한 장을 같이 채웠습니다. 시간 합을 내 보니 팀 전체가 주당 스무 시간을 광고 리포트 취합에, 열 시간을 리뷰 이벤트 관리에 쓰고 있었습니다. 둘 다 판단 필요도 '하'였습니다. 매출에 직결되지도 않았습니다. 서른 시간이 사람 손으로 새고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표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리포트 취합은 자동화 도구로 넘겼습니다. 리뷰 이벤트 관리는 외주 한 곳에 건별로 맡겼습니다. 사람은 한 명도 안 뽑았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서른 시간을 소재 기획과 오퍼 설계로 돌렸습니다. 판단이 필요한 일, 매출에 붙는 일에 사람의 시간을 다시 배치한 것입니다.
두 달 뒤 야근이 없어졌고, 오히려 매출은 늘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일했는데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시간이 새던 구멍을 막고, 그 시간을 매출에 붙는 일로 옮겼을 뿐입니다. 대표님은 써 뒀던 채용 공고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없던 게 아니라, 사람을 잘못 쓰고 있었네요."
이 팀은 그 뒤로 분기마다 R&R 한 장을 다시 그립니다. 일은 계속 늘고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번 분기에 넘긴 일이 다음 분기엔 다시 쌓이기도 하고, 새 업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표를 다시 채우고, 새로 생긴 '하' 업무를 또 넘깁니다. 이게 몸에 붙으니, 그 뒤로는 사람이 늘지 않아도 팀이 안 무너집니다. 한 장의 표가 습관이 되면, 과부하는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오늘, 딱 여기까지만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과부하는 사람 수가 아니라 안 보이는 업무 배치의 문제입니다. 둘째, 네 열짜리 R&R 한 장에 모든 업무를 눕히면 넘길 것이 보입니다. 셋째, 반복적이고 매출에 안 붙고 문서화 쉬운 것부터 넘기고, 판단이 필요한 것은 쥡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네 열짜리 표를 만들어 우리 팀 업무를 열 줄이든 스무 줄이든 눕혀 보십시오. 다 채우는 순간, 넘길 한두 개가 저절로 손을 듭니다. 사람을 뽑을지 말지는 그다음에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표를 만드는 데 삼십 분이면 됩니다. 그 삼십 분이 어쩌면 매달 나갈 인건비 수백만 원을 아껴 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말로 사람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감으로 '사람이 없다'고 말하던 상태에서 숫자로 '여기가 비었다'고 말하는 상태로 넘어갑니다. 결정은 언제나 숫자 위에서 내려야 안전합니다.
표를 다 채우고 나면 다음 질문이 남을 겁니다. "한 사람이 다 겸하고 있는데 뭘 먼저 떼지?" 그럴 때는 연관 처방전을 이어서 보십시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