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가 다 겸하고 있을 때 넘기는 순서
뭘 먼저 넘길지 순서가 섭니다
한 사람이 광고를 돌립니다. 같은 사람이 상세페이지를 만듭니다. 같은 사람이 CS 전화를 받습니다. 같은 사람이 발주까지 넣습니다. 네 가지 일, 담당자는 한 명. 이게 지금 사장님 회사의 마케팅 조직도라면, 이 글이 사장님을 위한 것입니다.
그 한 명은 오늘도 오전에 광고 리포트를 보다가, 고객 전화가 와서 끊고, 통화가 끝나면 상세페이지 시안을 다시 열고, 오후엔 재고가 모자라서 발주처에 연락했을 겁니다. 하루가 끝나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겁니다. 다 했는데 아무것도 끝낸 게 없는 하루입니다. 한 가지에 삼십 분을 집중하지 못하고, 네 가지 사이를 하루에 스무 번씩 오갔을 겁니다.
사장님은 그걸 보며 불안하실 겁니다. 저 사람이 나가면 회사가 멈춘다는 것을 아니까요. 한 사람에게 네 가지가 묶여 있으면, 그건 효율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그 사람의 컨디션이 곧 회사의 컨디션이 됩니다. 그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광고도, 상세도, CS도, 발주도 같이 앓아눕습니다.
그런데도 겸직을 못 푸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넘길 사람이 없거나, 넘길 돈이 없거나, 넘기는 방법을 모르거나입니다. 사장님이 지금 붙들고 있는 진짜 고민은 '넘겨야 하는 건 아는데, 뭘 어떤 순서로 넘겨야 할지 모르겠다'일 겁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순서를 드리는 글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그 한 명에게서 무엇을 먼저 떼어 낼지 순서가 섭니다. 아무거나 떼면 안 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그 순서와, 넘길 때 절대 같이 넘기면 안 되는 것, 그리고 인수인계 한 장 양식까지 드립니다. 십 분이면 됩니다. 다 읽고 오늘 1단계 업무 하나만 떼어 내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저는 '한 명 의존'이 무너지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저는 브랜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200개가 넘는 팀을 들여다봤습니다. 그중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한 명이 다 하는' 구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그게 효율처럼 보입니다. 한 사람이 다 아니까 소통 비용도 없고 빠릅니다. 문제는 그 한 명이 아플 때, 그만둘 때, 휴가를 갈 때 터집니다.
한 핸드메이드 가죽 소품 공방이 있었습니다. 실장 한 명이 주문 관리, 광고, 후기 관리, 정산을 다 했습니다. 그 실장이 이 주간 병가를 냈습니다. 광고 계정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문·배송 안내 문자를 보내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이 주 동안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사장님은 그제서야 저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한테 다 있으면 안 되는 거였네요."
이런 일은 특별한 회사에서만 나는 게 아닙니다. 잘 굴러가는 회사일수록 그 한 명이 유능해서, 사장님이 안심하고 더 얹습니다. 유능한 사람에게 계속 얹다 보면, 어느새 회사가 그 한 사람 위에 통째로 올라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흔들리면 회사가 흔들립니다. 유능함에 기대는 것과 시스템에 기대는 것은 다릅니다.
담당자 본인에게도 겸직은 좋지 않습니다. 네 가지를 오가는 사람은 어느 하나도 깊게 못 합니다. 광고를 파고들고 싶어도 CS 전화가 끊고, 상세페이지에 몰입하려는데 발주가 부릅니다. 실력이 늘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일수록 겸직이 길어지면 지쳐서 떠납니다. 겸직을 푸는 것은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오래 데리고 가기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왜 아무거나 떼면 안 되나
겸직을 풀 때 사장님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제일 바빠 보이는 것부터" 떼는 것입니다. 대개 CS가 제일 시끄러워 보이니까 CS부터 넘깁니다. 그런데 CS는 고객의 목소리가 들어오는 통로입니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준비 없이 넘기면 고객 응대가 무너지고, 그게 후기와 매출로 돌아옵니다.
또 하나의 실수는 "제일 쉬워 보이는 것부터" 떼는 것입니다. 그런데 쉬워 보이는 일이 실제로는 회사의 급소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주는 단순해 보이지만, 재고가 한 번 어긋나면 매출이 며칠씩 멈춥니다. 겉으로 쉬워 보이는 것과, 넘겨도 안전한 것은 다릅니다.
세 번째 실수는 "제일 하기 싫은 것부터" 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싫은 일을 먼저 치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싫은 일과 넘겨야 할 일은 다릅니다. 사장님이 싫어하는 정산이 실은 회사 돈의 흐름을 보는 급소일 수 있습니다. 감정으로 넘길 것을 고르면 순서가 엉킵니다.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판단 필요도 하나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넘기는 데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는 '판단이 얼마나 필요한가'로 정해집니다. 판단이 거의 필요 없는 기계적인 일부터 떼고, 판단이 많이 필요한 전략은 맨 마지막까지 그 사람이나 사장님이 쥐는 것입니다. 아래로 갈수록 넘기기 어렵고, 위부터 넘겨야 사고가 안 납니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넘긴 일이 되돌아오고 담당자는 더 지칩니다.
왜 판단이 적은 일부터 떼야 하는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 판단이 적은 일은 인수인계 문서로 옮기기 쉽습니다. 절차만 적으면 되니까요. 둘, 잘못 넘어가도 피해가 작습니다. 리포트 하루 늦는 것과 광고 예산을 잘못 배분하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가벼운 것부터 넘겨서 인수인계에 익숙해진 다음, 무거운 것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넘기기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처방: 넘기는 순서 네 단계
- 기계적 반복 업무부터 뗍니다. 리포트 취합, 송장 출력, 후기 관리 같은 일입니다. 매번 같은 절차를 반복하고 판단이 거의 없습니다. 절차만 문서로 적으면 누구나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담당자의 시간에서 가장 아깝게 새던 부분입니다. 내부 주니어나 자동화 도구로 넘깁니다. 이 단계만 넘겨도 담당자의 하루에 두세 시간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 첫 이관이 성공하면, 담당자와 사장님 모두 '넘겨도 안 무너지는구나'를 몸으로 배웁니다. 그 경험이 다음 단계를 훨씬 쉽게 만듭니다.
- 제작 업무를 뗍니다. 광고 소재, 상세페이지 같은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부터는 감각과 기준이 조금 들어갑니다. 넘기기 전에 '우리 브랜드는 이런 톤, 이런 색, 이런 문구'라는 기준을 한 장으로 정리해 줘야 합니다. 기준만 넘겨주면 외주나 대행이 이어받습니다. 담당자는 만드는 사람에서 검수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뀝니다. 손이 아니라 눈으로 일하게 되는 겁니다.
- 운영 업무를 뗍니다. 광고 계정 운영, CRM 발송 같은 일입니다. 매일 숫자를 보고 조금씩 손대는 일이라 판단이 꽤 들어갑니다. 그래서 2단계까지 넘겨 담당자에게 시간이 생긴 다음에 넘깁니다. 넘길 때도 '이 숫자가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한다'는 판단 기준을 같이 넘겨야 합니다. 기준 없이 넘기면, 받은 사람은 매번 담당자에게 물어보게 되고, 결국 넘긴 게 아니게 됩니다.
- 전략은 마지막까지 쥡니다. 오퍼 설계, 예산 배분은 회사의 방향입니다. 이건 넘기는 게 아닙니다. 앞의 세 단계를 넘겨 담당자와 사장님에게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을 여기에 씁니다. 잡일을 떼어 내고, 남은 힘을 방향을 정하는 데 모으는 것입니다. 사람을 갈아 넣어 버티던 회사를, 방향으로 이끄는 회사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담당자는 아래 단계를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위로 올라갑니다. 넘긴 만큼 그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하게 됩니다. 이건 일을 뺏는 게 아니라 승진시키는 과정입니다. 담당자에게도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잡일을 떼는 거지, 자리를 빼는 게 아니다"라고요. 그래야 넘기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안 생깁니다.
속도도 중요합니다. 네 단계를 한 달 안에 다 넘기려 하지 마십시오. 한 단계를 넘겨 자리가 잡히는 데 보통 이 주에서 한 달이 걸립니다. 1단계가 완전히 넘어간 걸 확인하고 2단계로 갑니다. 서두르면 넘긴 일이 되돌아옵니다. 겸직을 푸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라 몇 달에 걸친 과정입니다. 급할수록 한 단계씩, 이 원칙이 결국 가장 빠릅니다.
넘길 때 절대 같이 넘기면 안 되는 것
업무는 넘기되, 두 가지는 절대 같이 넘기지 마십시오. 이걸 놓치면 나중에 회사가 인질이 됩니다.
첫째, 계정 소유권입니다. 광고 계정, 스마트스토어, SNS 공식 계정의 최종 소유자와 마스터 비밀번호는 사장님이 쥡니다. 실무자에게는 운영 권한만 줍니다. 요즘 광고 플랫폼은 대부분 소유자와 운영자를 나눠서 권한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계정은 회사에 남아야 합니다.
둘째, 데이터 접근권의 원본입니다. 고객 명단, 매출 원본 데이터, 결제 정보는 회사 소유입니다. 실무자는 필요한 만큼만 보고, 원본은 사장님만 내려받을 수 있게 합니다. 외주에 넘길 때는 특히 이 선을 분명히 합니다. 고객 명단이 외주 담당자 개인 노트북에만 있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가죽 소품 공방의 사고도 여기서 났습니다. 계정 소유권이 실무자 개인에게만 있었습니다. 업무는 넘기되 열쇠는 사장님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일을 넘기는 것과 권한을 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이 정리를 오늘 당장 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겸직을 아직 안 풀었더라도, 계정 소유권과 데이터 원본이 지금 누구 손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만약 실무자 개인 계정이나 개인 메일에 묶여 있다면, 그것부터 회사 명의로 옮기십시오. 이건 사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가 한 사람의 선의에 매달리지 않게 하는, 기본 안전장치입니다.
인수인계 한 장 양식
업무를 넘길 때마다 아래 다섯 칸을 채운 한 장을 만드십시오. 이 한 장이 있으면 넘긴 뒤에 사고가 안 납니다.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종이 한 장, 다섯 칸이면 됩니다.
| 칸 | 무엇을 적나 | 예시 |
|---|---|---|
| 업무명 | 무엇을 넘기는가 | 주간 광고 리포트 취합 |
| 절차 | 어떤 순서로 하는가(한 줄씩) | 1) 광고 관리자 접속 2) 지표 다섯 개 복사 3) 시트에 붙여넣기 4) 팀 채널 공유 |
| 주기 | 얼마나 자주 하는가 | 매주 월요일 오전 |
| 판단 기준 | 어떤 상황에 어떻게 하는가 | 광고비 대비 매출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담당자에게 보고 |
| 이관 후 점검일 | 언제 잘 넘어갔는지 확인하는가 | 넘긴 뒤 이 주 되는 날 |
이 다섯 칸 중 '판단 기준'과 '이관 후 점검일'을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둘이 없으면 넘긴 게 아니라 방치한 것입니다. 판단 기준이 없으면 받은 사람이 멈춰 서고, 점검일이 없으면 잘못 넘어간 걸 몇 달 뒤에나 알게 됩니다.
이 한 장에는 숨은 효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담당자가 자기 일을 다섯 칸으로 적어 보면, 그 일이 정말 넘겨도 되는지가 스스로 보입니다. 절차가 다섯 줄로 안 적히는 일은 아직 넘길 준비가 안 된 일입니다. 이 양식은 넘기는 도구이자, 넘겨도 되는지를 가려 주는 체입니다.
한 장을 만들어 두면 회사의 자산이 하나 쌓입니다. 다음에 사람이 바뀌어도, 이 한 장만 건네면 됩니다. 매번 처음부터 가르칠 필요가 없어집니다. 겸직을 풀 때마다 이 한 장을 하나씩 만들어 폴더에 모으십시오. 일 년이 지나면, 그 폴더가 회사의 운영 매뉴얼이 됩니다. 사람 머릿속에만 있던 일이 문서로 내려오면, 회사는 그만큼 튼튼해집니다.
실장 한 명이 다 하던 회사
앞서 말한 가죽 소품 공방 이야기를 이어 하겠습니다. 실장 한 명이 주문 관리, 광고, 후기, 정산을 다 하던 곳입니다. 병가 사고를 겪은 뒤, 순서대로 겸직을 풀었습니다.
1단계로 후기 관리와 주문·배송 안내 문자 발송을 뗐습니다. 절차를 다섯 줄로 적어 파트타이머에게 넘겼습니다. 반나절 만에 넘어갔습니다. 2단계로 광고 소재 제작을 외주로 뗐습니다. 브랜드 톤 한 장을 만들어 넘겼습니다. 계정 소유권은 사장님 명의로 옮겼습니다. 실장에게는 운영 권한만 남겼습니다. 순서대로, 한 번에 하나씩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실장도 불안해했습니다. "제가 안 하면 티가 날 텐데요." 저는 티가 나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티가 나는 만큼 그 일이 문서로 정리되고, 다음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게 되니까요. 실제로 파트타이머가 처음 며칠은 서툴렀지만, 인수인계 한 장 덕분에 일 주 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 달 뒤, 실장은 가죽 제품 제작과 오퍼 설계라는 두 가지에만 집중하게 됐습니다. 넘긴 일이 늘었는데 실장은 오히려 표정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실장이 하루 휴가를 냈을 때, 회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이 저에게 보낸 문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돌아가네요."
이 회사가 특별히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도 돈도 빠듯한 작은 회사였습니다. 파트타이머 한 명과 건별 외주 한 곳, 그게 전부였습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겸직은 풀립니다. 필요한 것은 사람과 돈보다 순서입니다. 뭘 먼저 떼고, 뭘 끝까지 쥘지, 그 순서만 서면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딱 여기까지만
세 줄로 정리합니다. 첫째, 한 명 겸직은 효율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둘째, 기계적 반복, 제작, 운영 순으로 떼고 전략은 마지막까지 쥡니다. 셋째, 계정 소유권과 데이터 원본은 절대 같이 넘기지 않습니다.
오늘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그 담당자의 업무 중 '기계적 반복' 하나를 골라, 인수인계 한 장의 다섯 칸을 채우십시오. 그 한 장이 첫 이관의 시작입니다. 다섯 칸을 채우는 데 이십 분이면 됩니다. 그 이십 분이 담당자의 하루에 두 시간을 돌려주고, 회사를 한 사람 의존에서 한 걸음 빼냅니다.
완벽한 이관 계획을 세우려 하지 마십시오. 네 단계를 다 그려 놓고 시작하려다 보면, 오늘도 결국 아무것도 못 넘깁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첫 한 장입니다. 기계적 반복 업무 하나, 한 장, 오늘.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겸직은 풀리기 시작합니다. 나머지는 넘겨 보면서 배우면 됩니다.
한 장을 채우다 보면 이런 질문이 남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팀 전체는 어떻게 재배치하지?" 그럴 때는 연관 처방전을 이어서 보십시오.
이 처방전을 우리 회사 숫자로 열어보고 싶다면
글로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정을 열어 보기 전에는 어떤 진단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병목을 짚고 싶다면 진단을 신청해 주세요.